'세계의 골칫덩이' 된 獨 국채…하반기도 어렵다

독일 국채 시중금리(수익률) 급락으로 이와 연동된 DLS(파생결합증권)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독일 국채 금리가 단기간에 다시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물론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 조짐을 보이는 데다, '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같은 악재도 많기 때문이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시중금리(수익률)는 19일 전날보다 3.3bp(1bp=0.01%포인트) 오른 마이너스(-)0.651%를 기록했다. 지난 15일 경기침체 우려로 10% 가까이 급락하며 사상 처음 마이너스(-)0.7% 밑으로 떨어진 이후 낙폭을 어느 정도 줄인 셈이지만, 0.5%를 넘던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며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독일 국채 금리가 소폭이나마 오른 것은 독일 정부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균형 예산' 원칙을 포기하고 재정확장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며 시장의 기대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전날 독일의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독일 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진다면, (경기부양을 위해) 500억유로(약 67조원)를 추가 지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일 국채 금리가 단기간 급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독일의 GDP(국내총생산)는 0.1% 감소했다. 독일 연방은행은 이날 발표한 월보에서 "독일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7~9월에도 GDP가 소폭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학적으로 두 분기 연속 GDP가 역성장하면 경기침체로 본다.

노딜 브렉시트 충격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정부는 오는 10월 말 브렉시트를 강행하기로 결정하고 이미 대비를 시작했다. 다음 달부터는 노딜 브렉시트를 위한 대국민 선전 활동도 시작한다. 독일 국채는 유럽 내 대표적인 안전자산 중 하나로 영국이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 경제가 흔들릴수록 투자 수요가 늘고, 금리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만기에 손해를 보더라도 안전한 독일 국채를 사겠다는 투자자가 많다는 얘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융 완화 등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준비 중이라는 점도 국채 금리에는 부담이다. ECB가 양적완화를 위해 시중에서 국채 매입을 늘리면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유럽연합통계국이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상승률을 기존 1.1%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면서 "이는 ECB가 다음 달 금리 인하와 채권 매입을 포함하는 새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지난달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2016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ECB 목표인 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국채 금리 하락은 유럽 최대 규모의 독일 경제가 탈출이 힘든 '수렁'(doom loop)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독일 국채 시장이 '세계의 골칫덩이'(global proble)이 됐다"고 했다. 또 "거품경제 이후 끔찍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현상)으로 금리가 낮아진 일본 국채보다 독일 국채 금리가 더 떨어졌다"면서 "독일 경제 충격은 유럽을 넘어 세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