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美, 사상 첫 재정적자 1조달러 시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내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약 1203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무역정책과 세금 감면, 국경장벽 건설계획 등으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재정적자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미 의회예산국(CBO)은 보고서를 통해 "2019회계연도 재정적자는 전년보다 25% 늘어난 9600억달러에 이르고, 내년에는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CBO는 향후 10년간 미 재정적자가 당초 예상보다 약 800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020~2029년 사이에는 재정적자 규모가 연평균 1조20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중 무역전쟁 등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무역 정책이 미 경제에도 충격을 주면서 적자규모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CBO는 "관세를 포함한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있다"며 "관세는 향후 무역장벽에 관한 기업의 불확실성과 투자 관련 위험에 대한 인식을 높여 기업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역 장벽이 높아지거나 그에 대한 우려가 증가한다면 국내 투자와 생산은 계획보다 더 느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트럼프 행정부가 약 열흘 뒤(9월1일) 약 136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인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9월부터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관세를 매길 예정이었으나, 이달 들어 1560억달러어치 소비재 일부 품목 관세 부과를 12월15일로 미루고 77억달러 상당의 44개 품목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이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은 미국의 대중 무역전쟁이 미 경제에 아무런 해를 주지 않았다는 백악관의 주장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CBO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무역전쟁을 시작한 이후,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보다 국내총생산(GDP)을 내년까지 약 0.3%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또 가구당 평균 실질소득은 0.4%(580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외에도 세금감면과 정부지출 확대도 재정적자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긴급지출계획 등 정부지출확대 기조는 계속됐지만 법인세 감면 등으로 세수는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19조달러(약 2경2400조원)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완전히 청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국가채무는 지난해 기준 20조달러(약 2경3580조원)를 돌파했다.

필립 스와겔 CBO 국장은 이에 대해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이미 높은 연방 부채는 지속 불가능한 과정을 걷고 있다"며 인구 고령화, 의료비 지출 증가, 이자 비용 상승 등으로 인해 2029년 이후에는 부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