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임박, IFRS17 원점 재검토 해야"

‘제로금리’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초저금리 시대가 현실화하면서 보험업계에서는 오는 2022년 도입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제회계기준원(IASB)은 2017년 IFRS17 기준서를 공표하고 시행일을 2021년으로 확정했다가 지난해에 2022년으로 1년 연기했다. 우리나라는 IFRS17 ‘전면도입’을 약속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전면도입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호주, 뉴질랜드, 홍콩 등 4~5개국에 불과하고 유럽국가도 부분도입을 논의 중”이라며 “해외에서 보험영업을 거의 하지 않는데 굳이 국제회계기준을 전면도입해 ‘모범생’이 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IFRS17 시행에 맞춰 준비 중인 감독회계기준도 부담이다. 금융당국인 신지급여력제도인 킥스(K-ICS) 시행에 앞서 최근 2차 가안인 ‘킥스 2.0’을 발표했다. 금리 부담을 상당 부분 완화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영향으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킥스 2.0은 전체적으로 1차 가안에 비해 금리 부담이 0.7~0.8%(70~80bp)정도 감소했으나 최근 금리하락 폭이 워낙 가팔라 완화해 준 효과가 크지 않을 것”며 “초안대로 할 경우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조차 보험금지급여력(RBC) 비율이 40~100% 수준으로 절반 이상 급락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추가적인 보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일각에서도 IFRS17 도입 시기에 대해 고민을 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감지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국고채 금리가 1%대 초반까지 급락하자 추가 하락할 경우를 가정해 금리 시나리오별로 보험 부채와 자본금 현황을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IFRS17 도입 관련해선 국제적인 흐름을 살펴야 하고 보험사 수용 능력도 함께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할지 지금 시점에 판단하기 어려워 성급히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은 당초 올 연말까지 도입을 마치기로 한 부채적정성평가(LAT) 방안을 1년 연장하기 위해 보험업 감독규정 시행세칙을 변경하기로 했다. 최근 금리가 추가적 하락한 만큼 ‘산업위험 스프레드’를 완전 제거하는 방식의 할인율 계산 방법에 대해 개선도 검토 중이다. LAT는 FIRS17를 연착륙하기 위한 장치인데 예상 밖의 초저금리로 올 연말부터 보험부채 시가평가 가시권 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과거에 판 고금리 계약을 재보험으로 이전해 부채 적립 부담을 줄이는 ‘공동 재보험’ 도입도 검토한다.

한편 회계기준 도입 문제와 별개로 당장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 직접 규제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자산운용 측면에서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에서도 각국의 실정에 맞게 운용하면서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추세이며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과 호주에서는 사전적 규제 없이 자산 취득을 허용한 후 투자집중 리스크는 RBC 비율을 통해 규제하는 사후·간접적 규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도 보험사가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을 열거하고 일정한 한도를 각각 부과하는 사전·직접적 규제 방식을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