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이어 상아까지…"日, 불법 거래의 온상"

일본의 상아 도장. /사진=로이터.

최근 상업 고래잡이를 재개하면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은 일본이 이번에는 상아 밀렵과 불법 거래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29일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워싱턴협약 당사국 총회위원회는 지난 17일부터 28일(현지시간)까지 스위스 제네바에 총회를 열고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상아 불법 거래 실태를 지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워싱턴협약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포획, 채취, 상거래를 규제하는 국제조약으로, 당사국들은 2~3년 주기로 만나 협약 이행 실태 및 개선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한다.

아프리카 코끼리가 서식하는 케냐, 나이지리아 등 국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일본과 EU의 상아 시장을 완전 폐쇄하자는 결의안을 내고 세계 최대의 상아 시장을 구축한 일본이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서 불법 거래와 밀렵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아의 국제 거래는 워싱턴협약에 따라 금지돼 있지만 일본 정부는 협약에 가입하기 전 수입된 물량에 한해서 자국 내 유통을 허락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내 유통되는 상아의 전체 규모가 파악조차 되지 않는 등 관리가 소홀한 상황이다. 일본이 1990년 상아 국제 거래를 금지하기 직전 1980년대에 수입한 상아만 최소 2000t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2011~2016년 사이 일본·중국 등으로 밀반출된 상아 및 상아 제품 중 적발된 양만 2.4톤에 달한다.

실제로 28일에는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은 "거래 물품이 외국 세관에서 불법 거래 혐의로 적발된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면서 사이트 내 '야후경매'에서 상아 거래를 11월부터 금지시킨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상아 거래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밀렵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6년에도 위원회는 상아 시장을 폐쇄하라고 권고했지만 일본은 이를 무시하고 시장을 유지해왔다.

일본은 이번 회의에서도 다른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과 손잡고 "거래에서 얻은 수익으로 (코끼리) 종을 보호하는 데 사용하겠다"며 반대를 표명, 폐쇄 결의안을 무산시켰다. 결국 위원회는 각국이 상아 불법 거래 근절 대책을 마련해 내년까지 이를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는 절충안을 결의안으로 채택하면서 총회를 끝마쳤다.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일본은 1500년대부터 이어진 전통 문화를 보존하겠다는 이유로 상아 거래를 고집하고 있다. 일본의 상아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현재 8200여명의 소매업자, 300명의 제조업자, 500명의 도매업자가 상아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