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반부패토론회 '칭찬'만 쏟아졌던 이유

/삽화=뉴스1

최근 한 지방경찰청 반부패토론회에 참석한 시민은 "황당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앞으로 경찰발전위원회(경찰 발전을 위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구)와 식사는 '더치페이'하기로 한 일을 부패대책으로 내세우면서다. 그는 "원래 더치페이했어야 맞는 것인데 이걸 자랑한다는 게 황당했다"고 했다.


경찰은 올해 초 서울 강남의 유명클럽 '버닝썬' 사태로 촉발된 유착비리와 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시민과 함께하는 반부패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클럽 등 유흥업소 관계자와의 유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에서 토론회를 시작했다. 서울 관내 경찰서는 '100일 동안 시민 100명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목표로 7월부터 토론회를 진행 중이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비롯한 전국 지방청에서도 유사한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반성'과 쇄신'을 목표로 한 대토론회의 의미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 대부분은 칭찬만 늘어놓았다. 지난달 서울 한 경찰서에서 열린 '100일·100인 경찰 반부패 대토론회'에서 한 시민은 "다른 경찰서는 모르겠지만 우리 지역 경찰서는 어떤 부패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부패가 있는지 샅샅이 뒤져보기 했지만 나온 게 없었다"며 "이대로만 쭉 해달라"고 했다.

다른 시민들도 "경찰이 생각보다 친절하고 근면한데 억울한 오해를 받는 것 같다 안타깝다"거나 "버닝썬은 일부의 문제이고 우리 지역 경찰서는 청렴하다"는 식이다.

버닝썬 사태의 중심이었던 강남경찰서 토론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남 클럽 관계자들까지 총출동해 관심을 모은 것과 달리, "우리는 유착비리 없다", "불법 클럽들이 문제니 단속 잘해달라"는 민원을 호소하는 정도였다. 한 시민은 "경찰이 강남서 경찰관밖에 없느냐"며 "어쩌다 사건 터진 것 갖고 매일 강남서만 두들겨 패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주변의 기대와 달리 토론회가 '반성'보단 '응원'에 초점을 맞춘 것은 토론 참석자 구성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토론회를 연 관할지역 시민단체 소속이거나 경찰과 협력하는 기관 관계자, 자원봉사자,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이 대부분 자리를 채우면서 토론회 마련 취지를 훼손했다는 얘기다.

경찰 출신인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부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섭외된 시민들은 경찰서장이나 과장급의 지인이 많아 경찰에 좋은 이야기만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의 치안활동이 필요한 노인, 청년, 야간에 근무하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야 한다"며 "교수나 변호사, 기업 관계자들은 치안 대상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경찰에 로비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론회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직원 행동강령을 만드는 등 자정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