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정신과 치료, 실손보험금 받을 수 있나

#우울증을 앓고 있던 30대 직장인 조민지씨는 고민 끝에 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했다. 한번 병원에 갈 때 마다 수 십 만원의 비싼 진료비가 부담돼 망설였지만 "실손의료보험만 있으면 몸이 다친 것 뿐만 아니라 정신과 진료까지 다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던 보험설계사의 말이 생각나 치료를 결심했다. 이후 조씨는 정신과 진료를 받은 후 보험사에 실손보험금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는 조씨가 가입한 상품이 "2016년 표준약관 개정 전에 판매된 상품"이라며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국민 3400만여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웬만한 진료는 실제 들어간 비용을 모두 보장한다고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조씨는 왜 보험금을 받을 수 없던 걸까.


실손보험이라고 해서 다 같은 내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가입시기에 따라서 보장 항목이 달라지는데, 이 같은 사실을 모르면 조씨처럼 낭패를 보기 쉽다.

2009년 이전에는 보험사별로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항목이 다 달랐고, 심지어 본인 부담금이 전혀 없는 상품도 있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자기 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품까지 팔았다는 뜻이다.

2009년 10월에 실손보험이 이른바 '표준화'되면서 모든 보험사가 파는 실손보험의 보장 내용이 같아졌다. 본인 부담금이 없는 상품은 사라졌고 2013년 1월부터 본인 부담에 따라 선택형(10%)과 표준형(20%) 중 고를 수 있게 됐다.


2015년 9월에는 무사고 할인 혜택이 없어졌다. 이전까지는 실손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할인해 줬지만 이후부터는 그런 혜택이 없어진 것이다.

2016년 1월부터는 표준약관이 바뀌면서 정신장애, 조현병, ADH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 우울증까지 급여 항목에 대해 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전에 판매된 상품은 치매, 우울증 등은 보장하지 않았다. 앞서 사례로 든 조씨의 경우 2016년 이전에 실손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던 것이다.

2016년부터는 입원기간도 확대됐다. 2015년 12월 31일 이전 가입 고객은 최대 365일까지만 입원이 가능했다. 입원 후 1년이 경과하면 90일간의 보장 제외 기간이 발생하고 다시 입원해야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2016년 1월 이후 가입한 고객이라면 5000만원 보장한도 내에서 기간에 상관없이 입원이 가능하다.

2017년 4월부터는 도수치료, MRI(자기공명영상장치) 등은 특약에 가입한 고객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본인의 가입시기만 잘 알아도 어떤 종류의 실손보험에 가입했는지 알 수 있다"며 "특히 실손보험은 15년마다 당시에 판매하는 상품으로 재가입하는데, 새 상품은 보장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지만 줄어들 수도 있어 뭐가 바뀌는지 설계사와 상담을 통해 미리 파악해 두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