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생각을 하시나요 생각을 당하시나요"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생각을 빼앗긴 세계 <출처=예스24> © 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광활한 온라인 세상이 주는 편의에 익숙해진 우리. 하지만 이 속에서 우린 과연 '생각하고 싶은 걸' 생각하고 있을까. 한 번쯤 의문을 가져볼 만한 주제다.

경쟁을 미덕으로 삼던 미국이 어느정도 독점을 눈감아주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페이스북·구글·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다. 각자의 대표 영역에선 대체재가 나오지 못할 정도로 시장을 틀어쥐고 있다. 이들의 성장세가 무서워지자 친기업 성향 공화당에서마저 이들의 고삐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잡지 '뉴리퍼블릭' 에디터 출신 프랭클린 포어가 지은 '생각을 빼앗긴 세계'는 이런 IT 공룡들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준다. 포어는 자연스럽게 사람의 사고 회로를 휘어잡는 IT 공룡들의 모습을 가리키며 엄한 목소리로 경계령을 내린다.

IT 공룡들은 공공선이나 협력을 말하는 선한 얼굴로 경쟁의 필요성을 저평가하며 독점을 정당화한다. 구속이나 통제 같은 오래된 수법은 안 쓴다. 열심히 수집한 사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유인과 방향 제시라는 부드러운 방법으로 행동을 이끌어낸다.

그 중에서도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폭력과 세뇌 없이도 사용자가 보고 싶어하는 정보만 흘려 생각을 한 쪽으로 치우치게 할 수 있다. 아마존이 책 시장에서 '베스트셀러 감별사' 역할을 한 지는 오래다. 사용자 입장에선 이들이 제시하는 방향을 뒤따르며 도움을 받는다고 느낄 뿐이다.


클릭과 검색, 쇼핑, 글쓰기 등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하는 모든 행위는 데이터, 즉 이들에게 주는 공짜 먹이가 된다. 저자는 IT 공룡들이 개인정보의 가치를 깎아내리면서 손쉽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있는 현실을 우려한다.

그렇다고 저자는 IT 공룡들이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거창한 주장을 펼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의 행동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고 주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저자는 생각할 힘과 권리를 알고리듬에 넘기지 말자고 주장한다. 결국 종이로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으로 회귀해 사고를 되찾자는 방향을 제시하지만, 끝맛은 텁텁하다. 과연 앞으로 시대를 열어나갈 밀레니얼 세대가 종이에 정을 붙일 수 있을까.

읽다 보면 거대 IT공룡이 공급하는 콘텐츠를 직관적으로 학습하고 쉽게 물들어가는 어린아이들에 대한 우려도 생긴다. 균형잡힌 정보를 접하기도 전에 치우친 사고를 가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아이가 태블릿PC를 자유롭게 가지고 놀기 전에, 미디어를 접하는 방식에 대한 조기 가정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들이 만든 기기나 웹사이트는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않는다. 이들은 지식재산권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며, 저작권의 가치를 무시한다. 또한 경제 영역에서는 인류가 공공선과 위대한 목표들을 추구하는 것을 경쟁이 방해한다는 정교한 논리를 내세워 독점을 정당화한다."(pp.13-14)

"어떤 이야기가 주의를 끌게 되면 미디어는 맹목적으로 몰려든다. 미디어들은 그 주제에 대해 미친 듯이 반복해서 기사를 생산하고 대중이 흥미를 잃을 때까지 클릭수를 쥐어짠다."(p.190)

"페이스북은 두 진영의 벌집형 사고를 만들어냈는데-벌집에는 언제나 여왕벌이 있다-각 진영은 쉽게 동의하는 태도를 키우고 다른 의견을 처벌하는 생태계다."(p.230)

"테크 기업들이 인류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흡수해 버리려고 해도, 종이책 읽기는 그들이 완전히 손에 넣을 수 없는 몇 남지 않은 영역이다. (중략) 그들을 제외한 우리 모두는 종이가 제공하는 보호구역으로 주기적으로 피신해야 한다."(p.293)

◇ 생각을 빼앗긴 세계/ 프랭크린 포어 지음/ 이승연·박상현 옮김/ 반비/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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