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서 빠진 돈, '이곳'으로 몰렸다

미·중 무역 갈등,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정치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불확실성을 피해 연말 상승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현지시간) CNBC, 블룸버그 등은 지난 6개월간 머니마켓펀드(MMF)로 3220억달러(약 한화 380조원)가 순유입됐다고 보도했다. 2008년 하반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팩트셋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가 집계한 결과 MMF 잔고는 3조5000억달러로 2009년 9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로 MMF의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지만 일단 하락 위험을 피하려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MMF의 금리는 올초 2.47%에서 현재 2%로 내려갔다.


반면 미국 주식시장은 올초 강세를 보이다 미·중 무역 갈등,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 부진한 경제 지표 등으로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동안 주식형펀드에서는 600억달러가 순유출됐다. 기대 수익률은 낮아지는데 주식형 펀드는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비싸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WSJ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이 좀 낮더라도 수수료가 저렴한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1년간 S&P500 지수 추이 (출처 블룸버그)

그렇다고 비관하기에는 이르다. 긍정적으로 보면 주식 투자자들이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09년 3월에도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대기하던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다. 푸르덴셜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시장 전략가는 "시장이 실제로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긴장이 완화되면 자금은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데이터트렉 리서치의 공동 설립자인 니콜라스 콜라스도 "거시 환경 불확실성에 투자자들이 장기 금융상품을 기피하고 있다"며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연말 장을 위한 '드라이 파우더'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란 모금은 됐지만 실제 투자가 안 된 미투자 자금을 말한다. 그는 다만 추가적인 미중 무역 대화와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클라이언트퍼스트스트래티지의 미치 골드버그 대표는 중도적인 자세로 시장을 바라보길 권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승장에서 이미 돈을 벌었고 소폭의 강세장은 놓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MMF가 꼭 매수 대기자금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세장이나 약세장에 크게 베팅해서는 안된다"며 "자신의 경제적 상황,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여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