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국영은행, 美이란 제재 어겨 피소...리라 1%↓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바쿠(아제르바이잔)=AP/뉴시스】아제르바이잔을 방문 중인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수도 바쿠에서 열린 터키 경제인 모임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를 향해 군사 공격을 감행한 것은 1974년 키프로스에 군사 개입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터키 영토 보존에 '필연적'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2019.10.15.

미국이 터키 국영기업인 할크은행을 기소했다. 미국의 금융제재를 피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도왔다는 명목이지만, 터키가 시리아를 침공한 데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 등에 따르면 할크은행은 15일 미국 맨하탄 연방법원에 기소됐다. 검찰 측은 2012~2016년에 할크은행이 미국의 이란에 대한 금융 제재를 피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돕고 이란과 수십억 달러를 거래했다고 보고 있다. 이란과 터키의 고위 공직자도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받고 연루돼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말 할크은행의 메흐메트 하칸 아틸라 부사장은 이미 관련 혐의로 맨하탄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레자 자라브는 금 거래상으로, 이란 자금을 금으로 바꿔 두바이로 수출한 뒤 이를 다시 현금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지난 재판에서 밝혀졌다. 약 10억달러가 미국 달러로 바뀌어 뉴욕 은행으로 흘러들어왔다. 자라브는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이후 재판에서 미국 검찰에 협조해 증언해왔다.

부사장의 재판이 끝난 뒤 사건은 잠시 휴면상태였다. 때문에 이번 기소는 정치적인 보복의 성격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관계자의 말을 빌어 전했다. 터키는 지난 8일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 뒤 시리아 북부에 있는 쿠르드족을 공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터키의 철군을 요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터키의 경제를 망가뜨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할크은행 기소 소식이 전해진 뒤 터키의 리라는 약 1%가 떨어졌다. 리라는 이는 이달에 들어 4.5%가 하락해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24개 신흥 시장 통화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