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통계]속담과 통계

머니투데이

강신욱 통계청장

/사진=통계청

속담은 조상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지혜의 보고이다. 우리나라에는 날씨와 관련된 속담이 많은 편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와 더불어 농사를 많이 지어 항상 날씨를 유심히 살펴왔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날씨관련 속담이 비과학적이거나 근거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있겠지만, 따져보면 의외로 과학적으로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소리가 잘 들리면 비가 온다’는 속담이 있다. 비가 오기 전에는 저기압이 접근함에 따라 대기 중 습도가 높아진다. 습한 공기는 건조한 공기보다 소리를 잘 흡수하지 않아 소리가 더 잘 전파된다. 물론 조상들이 이런 과학적 원리를 직접 안 것은 아니고 관찰을 통해 축적한 통계 속에서 통찰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에서도 런던 사람들은 빅벤이라는 유명한 종소리를 듣고 날씨를 예측했다고도 한다.

날씨가 쌀쌀해졌다. 김장철을 앞두고 심은 가을 무와 배추도 밭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 가을 채소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도 다가올 겨울 추위의 정도를 예측했다. ‘가을 무 꽁지가 길면 겨울이 춥다’란 속담이 있다. 겨울이 추워지는 해는 가을 무도 이에 대비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땅 밑 깊숙한 곳까지 뿌리를 깊게 내린다는 점을 관찰과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속담이 운이 좋아서 어쩌다 한 번 맞고 끝났다면 지금까지 전해져 오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과학이 발전하지도 않았지만 우리 조상들이 생활 속에서 작은 관찰과 통계를 이용해 지혜를 얻고 삶을 개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도 속담을 만든 조상들처럼 주변의 스몰데이터를 읽고 분석해 내 삶을 변화시키는 작은 실천으로 데이터 시대를 살아가는 게 어떨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