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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 보라고 입는 옷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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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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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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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이슈+]레깅스 몰카 찍은 남성 '무죄' 판결에 또 불붙은 레깅스 논쟁

[편집자주] 온라인 뉴스의 강자 머니투데이가 그 날의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선정해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드립니다. 어떤 이슈들이 온라인 세상을 달구고 있는지 [MT이슈+]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한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피해 여성의 동의 없이 엉덩이 부위 등 뒷모습을 휴대전화로 약 8초간 찍었지만, 무죄가 됐다. 레깅스가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판단의 근거였다.

레깅스 몰카가 무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과 함께 '레깅스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운동복의 일종인 레깅스를 일상복으로 입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레깅스가 일상복이라 무죄?…"여성들은 일상복으로 입어도 성적 대상화는 여전" 비판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오원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여성 B씨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8초간 몰래 촬영하다 적발됐다. 당시 B씨는 엉덩이 위까지 오는 어두운 회색 운동복에 레깅스, 운동화 등을 착용한 상태였으며, 노출 부위는 목 위와 손, 발목 부분이 전부였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2016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촬영된 피해자의 신체부위가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부위와 노출 정도였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촬영 각도와 의도 등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고 있던 레깅스는 비슷한 연령대 여성들에게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이용되고 있고, 피해자 역시 레깅스를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 중이었다.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고 해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는 없다"며 "피해자가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기는 했으나, 이 같은 사실이 불쾌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신체 노출 부위가 많지 않은 점 △촬영 각도가 일반 사람의 시선인 점 △디지털 포렌식을 거친 A씨 휴대전화에서 추가 입건 대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은 점이 무죄 판단에 근거가 됐다.

이 같은 판결에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레깅스가 일상복이든 아니든 간에 '몰래 촬영'했다는 것 자체가 범죄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누리꾼 sshe****은 "동의없이 신체 일부를 찍으면 의도는 분명한거 아닌가. 어째서 무죄 판결을 내린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성들은 무죄 판결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레깅스가 일상복처럼 여겨지지만 불편한 시선은 여전해서다. 직장인 김모씨(29)는 "움직이기 편해서 레깅스를 입는데 노골적인 시선 때문에 헬스장에서 입는 것조차 불편할 때가 있다. 레깅스를 좋아하지만 헬스장 밖에서 입는 건 시도도 못 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온 레깅스 관련 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온 레깅스 관련 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직장인 박모씨(23)는 "한 남초 커뮤니티에 '요즘 레깅스 패션'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거기에 '이런 유행 감사', '레깅스 패션 만든 사람 상 줘야 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여성들은 일상복으로 입지만 남성들은 아직도 레깅스 입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고 있다는 증거다. 레깅스를 입으면 저런 시선으로 볼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최근까지도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레깅스의 성적 대상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누리꾼이 "20대 초반쯤 되는 여자분이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데 시선을 안 뺏길 수가 없었다. 계속 보다가 걸리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적당히 훔쳐봤다"라고 남긴 글에는 "남자라면 자연스러운 것" "보라고 입는 거면서 쳐다보면 시선강간이라고 한다"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레깅스, 보여주려고 입는 옷 아냐" vs "같은 여자가 봐도 민망"


레깅스의 일상화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된 지 오래다. 미국의 2017년 레깅스 수입량은 2억장으로, 사상 처음 청바지 수입량을 제쳤다. 우리나라에서도 레깅스가 '애슬레저'(일상복으로 입는 운동복)로 자리매김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4345억원이었던 국내 레깅스 시장 규모는 △2016년 6380억원 △2017년 6800억원 △2018년 6950억원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다. '불편한 시선' 때문에 레깅스 착용을 망설이는 여성도 다수다. 직장인 이모씨(27)는 "유럽으로 교환학생 갔을 때는 레깅스를 자주 입고 다녔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똑같이 입고 다녔는데 '레깅스만 입고 다닌다'며 뒷말이 돌았다. 그 후엔 꼭 긴 상의를 챙겨 입고, 엉덩이 라인 등이 민망하지 않은지 확인하고 외출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누리꾼 qnff****은 "레깅스를 향한 시선은 운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헬스장에서 자세 보려고 붙는 옷을 입었는데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그 뒤론 헐렁한 상의와 반바지를 꼭 챙겨입는다"면서 "레깅스는 보라고 입는 옷이 아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여자들이 몸매를 뽐내고 싶어서' '보여주고 싶어서' 입는 옷으로 인식해 불쾌하다"고 전했다.

반면 레깅스를 일상에서 입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생 김모씨(21)는 "복장에는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라는 게 있다. 보통 대학 수업을 들을 때 모자를 착용하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냐. 레깅스도 그렇다. 때와 장소에 맞춰서 입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누리꾼 drya****은 "남의 신체를 나쁜 의도를 가지고 몰래 촬영한 것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그에 대한 처벌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이 입고 다니는 레깅스가 여성들이 볼 때도 너무 민망하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레깅스를 즐겨 입는 여성분들도 자제해야 할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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