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내년부터 '일본공략'…애플 천하 뒤집을까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행사에서 신형 스마트폰을 소개하고 있는 왕샹 샤오미 부회장. /사진=AFP

세계 스마트폰 4위인 중국 샤오미가 내년부터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 목표는 일본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애플 앞지르기. 가격 대비 괜찮은 성능(가성비)으로 무장한 다양한 기종을 투입해 일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샤오미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는 왕샹(王翔) 부회장은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곧 일본 진출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할 것"이라며 "진출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스마트폰) 성능 실험 때문에 내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회장은 이어 "우선 온라인을 통한 자급제폰 판매부터 시작하고, 이동통신사와의 제휴도 추진하겠다"며 "판매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일본 소비자가 좋아하는 제품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휴하고 싶은 통신사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샤오미는 2010년 4월 창립된 회사로 베이징에 본사가 위치한다. 초창기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다, 2014년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이후 동남아시아와 인도, 러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급성장을 거듭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샤오미의 인도 시장점유율은 28%로 삼성전자를 밀치고 1위를 차지했다.

샤오미 스마트폰의 인기 비결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성비. 레이쥔 회장이 지난해 상장을 앞두고 가성비 전략을 강조하며 "영업이익률 5%를 넘기지 않겠다"고 공언할 정도였다. 경쟁사보다 싸게 파는 대신, 최대한 많이 팔겠다는 것이다. 특히 애플 제품을 베끼는 수준으로 따라 하면서도 가격은 무조건 절반 이하로 책정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그러나 샤오미가 폐쇄적인 일본 시장에서 제대로 정착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 될 전망이다. 우선 애플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애플은 일본 시장의 50% 이상 장악하고 있다. 2위인 삼성전자 점유율은 9.8%에 불과하다. 샤프, 소니 등 일본 업체 점유율도 미미하다. 샤오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중국 기업에 대한 보안 우려도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를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일본에서도 중국 기업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왕 부회장은 "미국 기업인 구글 등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유럽에서 개인 정보 보호 규정을 지키고 있고,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이 5G(세대) 이동통신용 아이폰을 내년 후반에나 출시한다는 점은 경쟁업체에 유리할 전망이다. 일본은 내년 3월 5G 상용화를 시작하는데, 경쟁업체들이 애플보다 앞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샤오미는 지난 2월 첫 5G 스마트폰 '미믹스3'를 공개했으며, 지난 9월에는 두 번째 5G 스마트폰 모델 '미9'로 선보였다. 두 기종 모두 5G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가격이 60만~70만원 정도로 저렴했다. 샤오미는 오는 14일 삼성전자의 1억800만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최신 스마트폰 '미노트10'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