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교회, 87년 명동성당처럼 시위대 피난처 될까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성탄절을 맞아 2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성탄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18.12.25.

홍콩 시위가 격화되면서 교회가 시위대의 피난처가 돼 주는 역할에 대한 기독교인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987년 6.10 민주항쟁 당시 시위대의 피난처가 돼준 명동성당의 역할을 홍콩 교회를 해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시위대의 폭력이 증가하면서 홍콩의 목회자들은 종교와 정치 사이에서 적절한 위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홍콩 한 매체가 16일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최전방에 있는 교회 일꾼들이 시위대와 경찰들 사이의 평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응관이라는 목사의 요즘 일상을 소개했다. 응 목사는 일반적으로 일요일엔 성직자의 옷을 입고 설교를 하고, 주일학교에서 가르치고, 결혼을 하려는 이들에게 상담을 해줬다. 하지만 홍콩 개척교회의 원로목사인 그는 홍콩에서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월부터 5개월 동안은 일요일에 다른 일도 하고 있다.

응 목사는 일요일 오후 최전선 사진기자의 조끼를 입고, 카메라, 고글, 산소마스크를 챙기고 경찰과 시위자들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을 향해 출발한다. 그는 거의 매 주말 시위에 참가해, 다른 기독교 사진작가와 함께 언론매체와 페이스북에 제공할 이미지를 포착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11일 경찰의 공격에 실명한 여성 시위자를 찍은 몇 안되는 사진작가다. 이 사진은 경찰의 잔혹한 행위에 대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응 목사는 "기록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2016년 현재 홍콩에는 88만4000명의 기독교와 카톨릭 신자가 있다. 이는 홍콩 전체인구 750만명의 약 12% 다.

이들은 지난 6개월의 시위동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성직자들은 '목사(Pastors)'라고 쓰인 헬멧을 쓰고, 조끼를 입고 시대위 가장 앞쪽에 자리를 잡는다. 이들은 시위대와 경찰의 완충 역할을 했는데 이는 지난 2014년 시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목사들은 시위대와 경찰에 침착하라고 호소한다. 또 대중교통이 통제됐을 때 노인과 같은 이들이 귀가하는 것을 돕기 위해 대기한다. 많은 종교 지도자들은 개인자격으로 평화시위에 참석했다. 기독교인들은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됐을 때 군중들을 이끌고 찬송가를 부르기도 했는데, 시위대와 경찰이 평정을 유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시위가 점점 격렬해졌고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 등을 이용해 군중을 해산시키는 식으로 반응하면서 찬송가는 희미해졌다.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시위에 관여하고 있지만 평화적인 집회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교회 지도자들은 증가하는 폭력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시위대를 지지하는 이들과 반달리즘(공공 기물 파손)과 폭력을 옹호하는 것이 옳은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 사이에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교회는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 지 고심하고 있다. 일부 낙담한 젊은 기독교인들은 정치에 대한 논의를 꺼리는 교회 참석을 중단했다. 시위대를 지지하는 교회뿐 아니라 당국과 경찰을 지지하는 교회도 교인들을 잃었다.

특히 교회가 경찰로부터 도망치는 시위자를 보호해야하는 지 문제가 대두되면서 기독교인들이 분열됐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시위대를 보호하는 것이 '착한 사마리아인'이 됨으로써 믿음을 실행하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일부는 교회가 폭도들을 보호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교회는 조용히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홍콩의 교회는 정치 쪽에 관여하지 않고 학교와 병원을 운영하는 등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번 시위로 더 이상 정치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졌다. 홍콩 교회가 시위대를 보호하는데 어떤 역할을 할지 논쟁은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