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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앞둔 딸, 아빠와 성이 다른데 청첩장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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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혜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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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8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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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조혜정의 가정상담소]

[편집자주] 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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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디자이너 /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Q) 저한테는 남들에게 말 못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올해 스물 다섯이 된 딸이 의붓아빠와 성이 다른 게 저한테는 큰 고민입니다. 그런 게 뭐 대단한 고민이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딸이 얼마 전부터 좋은 집안의 자제와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는데 그 집안이 아주 보수적이라 제가 딸의 친부와 이혼하고 지금 남편과 재혼했다는 걸 밝힐 수가 없어서 문제입니다.

그 집안에서는 저의 지금 남편이 딸의 친 아빠인 걸로 알고 있거든요. 만약 청첩장에 적힌 남편의 성과 딸의 성이 다르면 제가 재혼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거고, 그렇게 되면 그 집에서 색안경을 끼고 저희 딸을 볼테니 딸의 결혼생활이 아주 힘들어질 수도 있어요. 남들한테는 말 못하고 저희만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제가 딸의 친아빠인 전 남편과 결혼한 건 대학을 막 졸업한 후였어요. 연애가 뭔지, 결혼이 뭔지 모르면서 남자가 저를 좋다 하고, 그 남자의 부모님도 저를 예뻐하시니 그 남자와 결혼하면 당연히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보니 전 남편은 결혼에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계속 바람을 피우고 생활비도 주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아이를 낳으면 나아지려나 했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결국 딸이 6살 때 별거를 시작해서 딸 9살 되던 해에 이혼했습니다. 전 남편은 같이 살 때도 딸한테 전혀 관심이 없었고 별거 후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딸을 보러 오거나 양육비를 준 적이 없습니다. 이혼 후에는 완전히 연락이 끊겨서 지금은 어디 사는지도 모릅니다.

저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딸을 키우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재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성실하고 가정적인 사람이고 친아빠보다 딸을 더 사랑해줘서 딸도 아빠라 부르고 진짜 아빠로 생각하고 있어요. 딸의 교육비와 생활비도 지금의 남편이 다 부담했고요. 남편의 두 아이들도 저를 엄마라 부르고 딸과도 친남매처럼 사이좋게 지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저희 집이 재혼가정인 걸 모릅니다.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어서 저희들도 남들에게 알리지 않았고요.

재혼하고 나서 딸의 성을 의붓 아빠 성으로 바꿀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 때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갑자기 성이 달라지면 학교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걱정이 되어서 못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딸의 성을 의붓아빠의 성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성인이 되면 성변경이 잘 안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런가요?
결혼 앞둔 딸, 아빠와 성이 다른데 청첩장 어떡하죠


A) 선생님의 고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저도 같은 고민을 재혼한 남자선배의 의붓딸 결혼식에서 목격한 적이 있거든요. 결혼식장 안내에 적힌 그 선배의 성이 결혼당사자인 의붓딸의 성으로 바뀌어 적혀 있더라고요. 혼주의 성과 결혼당사자의 성이 다르면 재혼가정이라는 게 확연히 드러나게 되니까 그걸 피하고 싶었던 거지요. 재혼가정임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 선배가족의 고민이 읽혀져서 마음이 짠했었습니다. 재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재혼이라는 사실이 하객 전체에게 드러나게 되는 결혼식이 재혼가정에게 얼마나 부담스러운 행사인지를 그 때 알게 되었고요.



선생님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따님이 당사자가 되어 가정법원에 계부의 성과 본으로 변경해달라는 ‘성과 본 변경허가심판청구’를 해야 합니다. 성본변경허가심판청구를 하게 되면 가정법원은 성변경에 대한 친부의 동의서를 제출하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친부와 연락이 끊기고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고 하니 친부 동의서를 받을 수는 없겠네요.

친부 동의서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 가정법원이 친부에게 서류를 보내거나 심문기일에 직접 출석하게 하여 의견을 듣기도 하는데, 선생님 따님 사건에서 가정법원의 연락을 받은 친부가 동의 여부에 대해 침묵하거나 따님의 성변경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할 경우가 문제입니다. 법률적으로는 친부의 동의가 필수요건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친부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성변경이 상당히 어렵거든요.

성변경제도가 시행된 시점은 2005년인데, 시행 초기에는 친부의 동의가 없어도 '자녀의 복리'를 근거로 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성변경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도가 시행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쉬운 성변경으로 인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계부의 성을 따라 아이의 성을 변경했는데 다시 이혼을 하게 됐을 경우 아이의 성을 다시 바꿔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이런 문제점이 부각되기 시작한 후 친부의 동의가 없으면 가정법원의 성변경 허가를 받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습니다.

다만, 선생님의 경우처럼 친부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자녀들을 만나지도 않아서 친부와 자녀들과의 관계가 단절된 경우에는 친부의 동의가 없어도 성변경을 해줄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습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친부가 자녀의 성변경에 반대하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했지만 자녀의 복리를 이유로 해서 성변경을 해준 사례도 있고요.

선생님 따님의 경우 또 하나의 변수가 이미 성인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일단 성인이 되면 그간 형성된 사회적, 법률적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미성년자보다 더 까다롭게 보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처럼 성인 자녀의 결혼을 앞두고 재혼가정임을 밝히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성변경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 성변경 허가를 받은 사례가 있으니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된다고 보장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시도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성본변경허가심판청구서에 선생님의 따님과 친부의 관계가 단절되었고, 계부가 실질적으로 아빠 역할을 하고 양육비를 부담했다는 점, 선생님 가정이 정서적 유대가 튼튼하다는 사실을 잘 설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선생님 따님의 성변경을 찬성하고 희망한다는 내용의 선생님 남편과 남편 자녀들 진술서, 친부와 다름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는 가족 사진 등을 첨부하시면 성변경허가를 받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노력이 선생님 따님의 행복한 결혼생활에 도움이 되시길 빕니다.

결혼 앞둔 딸, 아빠와 성이 다른데 청첩장 어떡하죠
[20년간 가사소송 등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지난 20년간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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