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어산지, 9년만에 성폭행 혐의 벗어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위키리크스' 공동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가 지난 4월11일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체포돼 연행되는 순간에 엄지를 치켜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9년 만에 성폭행 혐의를 벗게 됐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바 마리 페르손 스웨덴 검찰차장은 "예비조사를 통해 나온 증거를 종합해본 결과, 기소하는 데 필요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어산지의 성폭행 혐의 수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페르손 차장은 "문제의 사건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해 피해 당사자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약화되었다"며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48세로 호주 출신인 어산지는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전 관련 국방부 기밀문서와 국무부 외교전문 수십만 건을 폭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07년 미군 헬기가 로이터통신 기자 2명을 포함해 18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영상을 공개해 충격을 줬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두 여성을 강간 및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어산지는 "합의에 의한 관계"라며 자신을 미국으로 이송시키려는 미군의 음모라고 주장했으나, 이듬해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영장이 발부돼 체포됐다가 보석을 받고 풀려났다. 이후 2012년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7년 동안 사실상 망명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 4월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체포돼 2012년 보석 조건 위반 혐의로 영국에서 징역 50주를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2017년 스웨덴 검찰은 당시 주영 에콰도르 대사관에 있던 어산지를 심문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수사를 중단했다. 그러다가 어산지가 영국 교도소에 수감되며 지난 5월 수사를 재개했다. 앞서 스웨덴 법원은 지난 6월 현재 영국에서 복역 중인 어산지를 성폭행 혐의 수사를 위해 송환해달라는 자국 검찰의 요청을 기각한 바 있다.

현재 어산지는 미국 검찰로부터 국방부 기밀문서 폭로, 간첩법 위반 등 18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들 모두 유죄가 입증되면 최고 징역 175년에 처할 수 있다. 미국은 영국에 어산지의 송환을 요청한 상태로, 영국 법원에서 송환이 결정되면 어산지는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송환 관련 정식 재판은 내년 2월 25일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