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재 英영사관 직원 폭로 "中에서 고문당했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사이먼 정. /사진=로이터=뉴스1

지난 8월 중국에서 억류됐다가 풀려난 전직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 직원이 중국 공안으로부터 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로 인해 영국과 중국 외무부가 서로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양국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29세 홍콩 국적의 정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8월 중국 출장길에 공안에 의해 억류돼 15일동안 고문과 구타를 당했다고 밝혔다. 정은 또한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통해 자신이 겪은 경험을 적었다.

사이먼 정은 지난 8월 8일 중국 선전 지역에 출장을 갔다가 홍콩으로 돌아오던 중 체포됐다. 정은 홍콩과 중국 본토를 잇는 고속철도역인 웨스트 카오룽 역의 출입경 관리소에서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휴대폰, 안경 등 소지품을 모두 빼앗긴 정은 손목에 수갑과 족쇄를 차고 수시간동안 쪼그려 앉아있는 등 특정 포즈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만약 움직이면 경찰봉으로 맞았고, 잠을 자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심문관은 그를 깨워있게 하기 위해 중국 국가를 부르도록 했다.

중국 공안은 영국이 홍콩 시위를 조장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정에게 그가 맡은 임무와 영국 정부가 홍콩 시위에 자금 등 어떤 지원을 해왔는지 자백하라고 취조했다. 정은 영국 영사관이 홍콩 시위 현황에 대한 정보 수집을 맡긴 적은 있으나, 이는 사태에 개입하지 않고 순수히 관찰하는 행위로 다른 영사관들도 많이 하는 시민 사회 모니터링 업무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정은 다른 홍콩인들이 붙잡혀 취조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자신 이외 고문 수사를 당하는 홍콩인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은 결국 성매매 행위를 인정하는 자백 영상을 찍은 뒤에야 풀려났다고 밝혔다. 중국은 성매매 혐의자를 최대 15일간 구금할 수 있다.

BBC 보도 이후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중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라브 장관은 "우리는 정이 중국에 억류돼어 받은 치욕적인 학대 행위에 분노를 표한다"며 "중국 당국이 관련자를 검토해 책임을 물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BBC는 영국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정부가 정에게 2년 만기 비자를 지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외무부는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영국 정부의 개입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에 대한 보복으로 주중 영국 대사를 초치해 "분노와 항의 표시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