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협상 관건, 3대 품목 규제·백색국가 복구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지난 7월 일본이 한국을 향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4개월 만에 양국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일 간 협상의 관건은 수출규제 3대 품목·백색국가(수출심사우대국) 제외 조치의 원상복구다.

청와대는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일본에 대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국 통상 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국장급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이 수출관리 개선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만큼 정책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출규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양국 통상 당국 대화는 사실상 처음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인 지난 7월 12일 한-일은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에서 과장급 협의를 가졌다. 당시 일본은 의도적으로 한국을 홀대했다. 회의가 열린 곳은 공식 회의장이라기보다 창고에 가까웠다. 또 정리되지 않은 전선, 파손된 책상 등이 회의장 곳곳에서 포착됐다.

통상 당국 간 최우선 협상 의제는 일본 수출규제 철회와 백색국가 제외 조치 복구다. 정부 관계자는 "국장급 회의는 백색국가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3개 품목에 대해 수출제한 조치를 실시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3대 품목을 포괄허가 품목에서 개별허가 품목으로 전환하는 등 수출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방식이었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경제를 위협했다.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경제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은 또 지난 8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백색국가 배제에 따라 일본은 한국으로의 거의 모든 수출품목에 대해 선별적 수출통제가 가능해졌다. 첨단소재·정보통신·석유화학 등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핵심품목을 위주로 수출규제가 강화될 거라는 우려가 커졌다.

한국도 맞불 전략을 사용했다. 같은 달 산업부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공개했다.

한국이 지난 9월 일본의 3대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하면서 양국 간 무역분쟁은 더욱 심화됐다. 한국과 일본은 WTO 분쟁 첫 단계인 양자협의를 두 차례 진행했으나 평행선을 달렸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수출 규제 3대 품목에 대해 찔끔 수출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제한적인 수출 허가는 WTO 재판을 대비한 '명분쌓기용'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간단히 설명하면 (일본 수출규제가 결정된) 7월 1일 이전의 상황으로 복귀해야 한다"며 "화이트리스트에 다시 한국이 포함돼야 한다. 3개품목 규제가 철회돼야 한다. 그래야 지소미아를 연장하고, WTO 제소를 최종 철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