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때문에 늦었죠"…4개국 정상 '트럼프 뒷담화'

사진 왼쪽부터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영상 갈무리

영국, 프랑스, 캐나다, 네덜란드 정상들이 모여 '누군가'에 대한 뒷담화를 나누는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첫날 찍힌 것인데, '누군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보인다. 이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회원국을 공격하는 중에 나와 눈길을 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보다 일찍 귀국했다.

4일(현지시간) 캐나다 언론 CBC는 유튜브를 통해 이 영상을 공개했다. 당사자들 모르게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은 주변 소리로 인해 대화 내용이 100% 들리지는 않는다. 장소는 3일 오후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나토 70주년 환영식장.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가 대화에 참여했고, 영상에 조금 보이는 이들과 함께 있는 여성은 앤 영국 공주다. 외신들이 분석한 데 따르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존　슨: (마크롱에게) 그래서 당신이 늦었나요?
마크롱: (등돌리고 있어 들리지 않음)
트뤼도: 그가 40분 동안 즉석 기자회견을 하는 바람에 늦었죠. 맞아요.
마크롱: (들리지 않음)
뤼　테: (마크롱 대통령을 보며) 가짜언론이죠
마크롱: (웃으면서 뤼테 총리를 툭 침)
트뤼도: 그의 팀도 입이 떡 벌어졌다니까요.


(영상이 안 보이면: https://www.youtube.com/watch?v=sXmoZyTQDfY&feature=emb_logo)

이날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예정 없던 긴 기자회견을 가졌기 때문에, 4개국 정상의 대화는 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을 '최고의 방해꾼'으로 표현하며, 긴 기자회견과 이어진 양자 회담들에 대해 "나토 70주년에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미국 대통령을 중앙 무대에 서도록 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영상이 화제가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겨냥해 "그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라면서 캐나다가 나토 방위비를 덜 쓴다고 지적했다.

트뤼도 총리는 영상 속 얘기는 트럼프의 기자회견이 아니라 다음 G7 정상회의 장소가 미국의 캠프 데이비드(대통령 별장)로 된 데 대한 것이었다고 해명했고, 존슨 총리는 "영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완전 말도 안 된다"고 반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입장을 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 취소를 알린 트윗 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간 정말 많은 일을 했다"면서 4일 예정된 마무리 기자회견을 취소하자, 영상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들이 이어졌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탈퇴까지 언급하는 등 회원국들에 방위비를 더 내라고 계속해서 압박하며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2014년 국방 예산을 10년 뒤인 2024년까지 각국 GDP(국내총생산) 대비 2% 수준으로 올리기로 했는데, 현재 이를 지키는 국가는 29개 회원국 중 미국을 포함해 9곳(영국,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그리스, 라트비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루마니아)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9개국만 따로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었고, 2% 규칙을 지키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는 "무역으로 제동 걸겠다"고 압박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GDP 4%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토 회원국들이 나토 운영비(25억달러 규모) 중 미국의 분담금을 22%에서 16%로 줄이기로 해 트럼프 달래기에 나섰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과 기자회견 취소 논란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가짜뉴스 언론의 폄하"라면서 "나는 NATO 정상들과 잘 지낸다. 그들에게 연 1300억달러를 더 내게 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