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보복 위협에도 각국 디지털세 도입 선언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미국의 거센 반대에도 디지털세를 도입하겠다고 나서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세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은 자국 대형 IT 기업들의 타격을 우려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디지털세 도입을 만류하는 서한을 보냈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번주 총선 캠페인에서 내년 4월에 디지털세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슨 총리는 미국 대형 IT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공정한 기여'를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은 IT기업들의 검색 엔진, 소셜 네트워크, 온라인 판매 등의 매출에 2%를 과세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와 캐나다, 오스트리아도 디지털세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는 디지털세를 징수해 국가 수입을 늘리고 디지털 기간 산업을 확장하는데 투자할 예정이다.

이미 OECD에서 디지털세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각국이 앞다퉈 디지털세를 도입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미국의 반발을 희석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현재 대형 IT 기업들은 대부분 본사가 위치한 나라에만 세금을 내고 있다. 이익이 창출되는 곳과 과세되는 곳이 다르다는 각국 정부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OECD에서는 기업이 실제로 인터넷 서비스를 판매한 나라에도 세금을 내도록, IT기업들이 무형자산으로 벌어들인 초과수익에 대해 과세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주요 IT기업들이 많은 미국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올해 디지털세를 도입한 프랑스에 무역 보복을 예고했다.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프랑스산 요구르트, 스파클링와인, 화장품 등 특정 품목에 최대 100%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무역과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해 대통령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OECD에도 디지털세 논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3일자로 OECD에 서한을 보내 세금 의무 규정을 변경하는 것은 "미국 납세자가 의지해 온 국제 세제의 오랜 근간"에 타격을 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나라가 과세를 할지 의무적인 규칙을 만들지 말고, 과세는 선택적인 '세이프하버 체제'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인지는 설명하지는 않았다.

WSJ는 "프랑스는 OECD가 합의에 도달하면 지난 7월에 도입한 디지털세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많은 국가들이 디지털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협의를 촉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