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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호의법정필담]'헌법 11조'와 이재용 양형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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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호 기자
  • 2019.12.0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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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재판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판결 결과만 전달하는 도식화된 기사를 지양합니다. 법정안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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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우리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고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평등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법의 제정과 집행이 평등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법의 '적용'도 평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헌법 11조'가 지난 6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양형심리)에서 등장했다. 특검은 이날 법정에서 프리젠테이션(PPT) 화면에 양형(量刑), 정의(正義), 평등(平等)이라는 3개의 단어를 띄웠다. 형사재판의 최종 목적지이자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양형을 통해 실현돼야 할 가치는 바로 정의와 평등이고, 그 헌법적 근거가 11조에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법정에서 특검이 언급한 부분을 보자. (법정 안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된다. PPT 화면이 없어서 아쉽다.)


"헌법 11조에 따른 정의와 평등의 원칙이 구현되는, 그런 양형을 해달라.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양형을 통해 법치주의를 구현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하고, 경제계에 있어서도 (삼성이) 혁신적 경제모델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달라. 그와 같은 엄정한 양형을 통해 삼성그룹이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 사랑의 대상이 되는 그런 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재판부가 부여해주길 바란다."


과거 대기업 총수들의 횡령·배임 등 관련 사건이 나올 때면 등장하는 용어가 있었다. 이른바 '3·5법칙'. 부패범죄를 저지른 총수에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뒤 2심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며 풀어주는 '사법부 관행'을 빗댄 말이었다. 이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높아지면서 대기업 총수들이 실형을 사는 경우도 늘면서 이 법칙이 적용되는 사례는 줄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집행유예 비중은 높은 편이다.

가깝게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들 수 있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면세점 특허를 얻기 위해 K스포츠재단에 70억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가, 항소심 재판부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이 부회장도 2심에서 징역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뇌물 인정 금액이 89억원에서 36억여원으로 줄어들면서다.

즉 특검이 헌법 11조를 꺼낸 이유는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내려달라는 뜻이다. 봐주기용 판결이 아닌 엄정한 양형을 해달라는 취지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헌법 11조를 엄정하게 적용한다고해서 집행유예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판부가 내리는 판단은 양형 기준과 함께 다양한 양형 인자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경우 뇌물죄 혐의에서 수동적이라는 점이 인정되면 감경요소가 될 수 있고 이럴 경우 집행유예도 예상 형량 범위 안에 있다고 본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에 따르면 특별양형인자로 뇌물죄의 경우,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에는 고등법원에서 작량감경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의 압박에 의한 수동적 뇌물로 인정된다면 양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동적 뇌물이 양형에서 유리한 요소인 점은 맞다"면서 "또 이 부회장이 일정기간 구금돼있었다는 점, 횡령 피해액을 모두 변제했다는 점, 삼성이 국가경제와 관련해 얼마나 공적으로 가치있는 일들을 했는지 등이 양형의 참작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아시겠지만, 양형 판단은 재판부 재량이다.


"전두환부터 박근혜까지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해 기업을 압박한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통령의 기부금 요청을 거부해서 국제그룹이 며칠 만에 해체된 사례는 너무나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다.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명예회장도 대선 출마 이유로, 현대 계열사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 실시 및 대규모 계열사가 정리된 사례도 있다. 전 정권과 관련있다는 이유로 태광실업이 고강도 수사를 받고 그 내용이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됐다. 국정농단만 보더라도 SK 전무의 진술을 보면 '다른 데도 아니고 청와대 요청 사안인데 우리가 비협조적인 태도로 심기가 상해 있는 것 아닌지'라며 굉장히 저자세로 진술했다. 신세계의 경우 미르재단 출연에는 참여 안 하고 나중에 설립된 K스포츠재단에 참여했는데, 미르 요청받을 때는 청와대와 관련된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중에 기사보고 확인했다는데 A부장은 '처음에 기사보고 등골 오싹했다' 고 진술했다. 결국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대통령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고 거절할 땐 불이익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호의법정필담]'헌법 11조'와 이재용 양형의 상관관계





  • 이미호
    이미호 best@mt.co.kr

    정치부(the300), 사회부 교육팀과 시청팀을 거쳐 올해 3월부터 법조팀에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인과응보'의 원리가 통하는 세상...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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