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없는 분실카드, 결제돼도 가맹점 '책임無'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앞으로는 서명이 없는 도난·분실카드는 가맹점이 부정사용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의 연체금을 결제대금으로 상계하는 조건도 명확해져 가맹점에 예상외 자금 부족이 발생할 여지도 줄어들 전망이다.

17일 금융감독원와 여신금융협회는 영세·중소가맹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가맹점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카드 도난·분실 등으로 인한 부정사용 발생시 카드뒷면에 서명이 없으면 가맹점 중과실 책임 사유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현행 표준약관은 이를 가맹점의 중과실로 분류해 부정사용액의 통상 50%를 가맹점이 부담토록 해왔다.

가맹점주의 예상치 못한 영업자금 부족을 막기 위해 카드사 채무의 카드결제대금 상계 기준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신용판매, 카드론, 현금서비스, 일반신용대출 등이 하루만 연체되도 상계가 가능하고 이 사실도 사전에 알리지 않아 가맹점의 권익침해 소지가 있었다. 앞으로는 가맹점주가 관련 채무의 기한이익을 상실하고 상계 예정사실을 10일 전에 안내 받은 경우에만 상계가 가능하도록 했다.

카드사가 카드결제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을 때 가맹점이 받는 지연이자에 대한 면책조항은 삭제키로 했다. 이어 카드사의 가맹계약 해지 사유 중 '가압류'는 제외된다. 또한 가압류를 이유로 카드사가 카드결제대금을 가맹점주의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민원발생 등의 사유로 카드사가 가맹점의 장기할부 취급을 제한하거나 할부한도를 줄일 때는 즉시 안내를 의무화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휴대폰 메시지 등 전자적 방법을 통해 영수증을 교부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키로 했다. 이에 따라 개정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이 시행되면 소비자는 종이 영수증과 전자 영수증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표준약관 개정은 카드사 전산개발 등을 거쳐 내년 2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맹점 권익 침해 소지가 있는 약관조항을 개선해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소상공인 권익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