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 어떻길래'… 자영업자, 배달앱 독점 우려하나

"배달앱(애플리케이션) 이용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위치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광고를 여러 개 하느라 비용이 갈수록 늘어납니다. 1인분, 테이크아웃 등 신규카테고리 광고도 하라네요."

서울에서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일평균 210만원, 한달에 63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 중 배달앱 수수료와 광고비가 500만원, 배달대행에 내는 비용이 800만원 수준이다. 배달앱이 없던 시절엔 전단지와 책자광고, 아파트 광고 등으로 월 약 100만원의 비용을 썼다. 여기에 2명의 배달원을 고용, 월 300만원 가량의 인건비를 지출했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배달앱이 생긴 이후 비용지출이 더 커진 셈이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의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자영업자들의 걱정이 커져가고 있다. 배달앱 시장이 사실상 독점화 되면서 수수료를 올리거나 새로운 광고 정책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요기요는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업체들과 수수료 인상 논의를 시작했고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체계를 내년 4월부터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7개월만에 바뀌는 수수료 체계…"이번엔 또 어떻게?"

배달의민족은 딜리버리히어로의 인수 발표 직전 수수료 체계를 변경한다는 발표를 했다. 깃발꽂기 경쟁으로 논란이 된 '울트라콜' 깃발을 3개까지로 제한하고 오픈리스트를 오픈서비스로 변경해 수수료율을 6.8%(결제수수료 3.3%, 부가세 제외,)에서 5.8%로 1%p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배달의민족은 "수수료율을 낮춰 입점 음식점 부담을 줄이고 상생 정신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영업자들의 체감은 다르다.


현재는 가장 상단에 오픈리스트 3개와 바로 아래 울트라콜 리스트가 배치된다. 오픈리스트의 경우 가입 업체 중 3개만 무작위로 배치되는 형식이지만 오픈서비스는 등록업체가 모두 리스트에 보인다. 즉 과거에는 울트라콜에 주로 광고를 했던 업체들도 오픈서비스에도 대부분 가입하는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예컨대 건당 8만8000원인 울트라콜에 5개의 깃발을 꽂았던 A 자영업자는 매달 88만원의 광고비를 냈지만 울트라콜을 3개로 줄여 광고비는 26만4000원으로 줄어드는 대신 오픈서비스 주문건마다 10%(수수료 5.8%, 외부결제수수료 3.3%, 부가세)의 수수료를 내야하는 셈이다. 기존 오픈리스트에 가입했던 업체들은 배달의민족 이용업체 중 약 30%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문제는 배달앱 쪽에서 수수료 체계를 수시로 바꾸는 데 있다. 배달의 민족인 앞서 지난 2016년 도입했던 슈퍼리스트가 경매식 광고로 광고비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논란이 되자 지난 3월 슈퍼리스트를 폐지했다. 슈퍼리스트 폐지로 상단을 차지하게 된 울트라콜의 경우 깃발 제한이 없어 자금력이 있는 업체들이 가짜 주소를 남발하며 많게는 100개까지 깃발을 꽂으며 문제가 되자 다시 체계를 변경한 것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배달앱에 얼마나 많이, 좋은 위치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매출이 직결되는 상황에서 배달앱이 수시로 바꾸는 체계에 따라 비용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며 "배달앱이 독점 구조가 되는 상황에서는 더 눈치보지 않고 수수료를 올리거나 신규 광고를 내놓거나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치킨 값·배달비 높아지나…요기요, 수수료 인상 추진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요기요는 일반 자영업자 대비 수수료를 우대해왔던 대형프랜차이즈들을 대상으로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 치킨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현재 요기요 측과 내년 수수료율을 협의하고 있다"며 "7.7%(부가세 포함) 수준인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앱 2위업체인 요기요는 1위 배달의민족과의 차별화와 경쟁을 위해 그동안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집중 공략해왔다. 주로 수수료를 우대하거나 할인 행사를 기획, 지원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굳이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미 배달앱 의존도가 높아진 외식업계에서는 수수료가 인상될 경우 그 부담을 그대로 떠안을 수 밖에 없다. 결국에는 제품 가격 인상이나 배달비 인상 등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실제 배달앱 이용이 급증하면서 배달 대행 시장이 커졌고 늘어난 배달 인건비용으로 업체들이 별도로 배달비를 받기 시작했다. 예컨대 월 1500건의 배달을 받는 업체의 경우 기존 자체 배달원을 고용했을떄 월 200~300만원이 들었다면 건당 3500원의 배달대행을 이용하면 525만원의 비용이 든다. 2배 이상의 비용이 늘어나는 셈이다.

앞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많은 자영업자들이 수수료와 광고료 부담에 고통받고 있다"며 "독일 자본에 90% 이상의 배달앱 시장이 지배받는 기형적인 상황을 앞둔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사들이 정하는 각종 수수료 인상과 배달앱사 횡포 현실화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밝혔다. 당장 자영업자들이 1차 피해자가 되지만 장기적으로 이 부담은 소비자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