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남기는 삶을…" 탈북 학생과 함께하는 선생님

이흥훈 서울여명학교 교장(61)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여명학교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인턴기자

"인생의 후반기는 사람을 남기는 삶을 사는 것이 목표예요. 아이 7명을 입양해 한가족이 되고 탈북민 대안학교의 교장을 맡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탈북민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서 8년째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흥훈 교장(61)은 ""다음 세대를 위해 사람을 남기는 일을 하고 싶다"고 삶의 목표를 설명했다.


탈북민 대안학교 교장이라는 직함만큼이나 이 교장이 살아온 경로도 남다르다. 수학교육을 전공하고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 교장은 고등학교 교사로 1년, 대학 강사로 5년을 일했다.

이랜드그룹에서 7년간 일하면서 중국과 영국의 사업본부장을 맡기도 했고, 중국에서는 7년동안 유치원 원장으로도 일했다. 투자자문회사와 의료 관련 회사의 임원으로도 일한 그는 지금은 선교 활동도 하고 있다.

복잡한 그의 인생을 정리할 수 있는 키워드는 교육이다. 이 교장은 최근까지 남자아이 7명을 입양했다. 원래 있던 딸 3명과 배우자까지 12명이나 되는 대가족이다. '사람을 남기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집안에서도 실천하고 있다.


이 교장은 "아이들이 처음엔 불행했을지 몰라도 자랄 때는 사랑을 받아서 보란 듯이 잘 살게 해주고 싶다"며 "아이들을 사회에 좋은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잘 키워낸다면 보람찬 인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장이 여명학교 교장을 맡게 된 이유도 사람을 남기자는 목표를 실천하기 위함이다. 여명학교는 탈북 학생들이 모인 만큼 다른 학교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 교장은 "여명학교에는 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가정이 불안정한 학생이 많다"며 "학교에 있는 시간뿐 아니라 24시간 내내 학교가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온갖 역경을 딛고 한국으로 건너왔지만 정작 이곳에선 주눅 들어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탈북민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이들도 몸으로 느끼고 있어서다.

이 교장은 "아직 국내에 있는 탈북민이 3만3000여명에 불과한 만큼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마련했으면 좋겠다"며 "탈북민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북한에도 소문이 퍼져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교장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배우기도 한다. 이 교장은 "이 학교에는 여러 번 학교를 그만뒀다가 결국 졸업까지 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선생님이 포기하지 않고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결국 학생들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 교장이 한 번 연을 맺은 학생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지금 여명학교에 가장 큰 현안은 2021년 초로 계약이 만료되는 학교 건물을 옮기는 일이다. 여명학교는 서울 은평뉴타운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로 중단됐다. 새로 생기는 폐교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이 교장은 "여명학교는 이미 16년 된 학교이고 그동안 주변에 물의를 일으킨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까지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학생들이 '우리는 이 사회에서 평범하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마침 부지 계약 만료와 비슷한 2021년 2월 정년을 맞이하는 이 교장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 학교 이전을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