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니찌와"…일본 아닌 美하와이 인사법?

릴리 우오칼라니 정원. 일본계 이주민들이 1900년대 초에 만든 공원. 하와이 제8대 여왕인 릴리 우오칼라니 여왕의 이름을 땄다.

세계화 시대, 국가간 교류가 빈번해지고 투자이민 등이 각국을 가는 방안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여러 개의 국적은 일종의 부의 상징이 됐다. (☞"국적쇼핑 해볼까?"… '1개 국적'에 질린 사람들 [이재은의 그 나라, 몰타 그리고 국적쇼핑① 참고)

하지만 이는 최근의 흐름일 뿐이다. 이전까지 이민을 떠나는 이들은 각국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려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호주로 떠난 영국인들이나, 신생국가 싱가포르로 떠난 화교(☞싱가포르판 '김치 논쟁'?… "치킨라이스는 내거야" [이재은의 그 나라, 싱가포르 그리고 치킨라이스 ①] 참고) 등이 그러했듯 말이다.


곳곳에서 일본의 흔적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미국 50번째 주, 하와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와이엔 유독 일본인의 비율이 높은데, 이들 대다수는 힘든 일본에서의 삶을 뒤로 하고 보다 나은 삶을 찾아 하와이로 이주한 이들이다.

과거 1920년대에는 전체 인구의 43%에 달할 정도였으며 2000년 기준 약 16.7%다. 이는 '순수' 일본계의 수치이므로, 일본계와 섞인 혼혈까지 범위를 확장할 경우 그 수치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하와이를 방문한 신혼부부들이 와이키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수많은 일본인에 놀라곤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하와이에는 다른 여행지에 비해 일본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 많고, 일식당이나 선술집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디아스포라학 박사 김홍매의 논문 '한국과 일본의 국제이주정책 비교'에 따르면 처음 일본에서 하와이로 이주한 이들 중 대부분은 노예와 다를 바 없는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하와이로 이민을 떠났다. 괌이나 미국 본토 서해안, 브라질 등 남미 국가도 인기 이민 목적지들이었다.


직종은 농업 노동자가 주를 이뤘고 건설 노동자, 공장 노동자 등도 적지 않았다. 점차 상인 등 자영업자도 증가했다. 적지 않은 여성은 성매매에도 종사했다. 하와이에 떠난 이들 대부분은 오아후, 마우이, 카우아이, 라나이 등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다.

하와이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사진=위키커먼스

먼저 이민을 떠난 일본인들이 심각한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인권침해 문제도 심각하단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럼에도 이민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이민을 떠나는 이들 대부분은 일본 농촌 빈민들이었기에, 해외로 나갈 경우 일본에서 버는 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벌 수 있어서였다.

최초 1806년 5월 일본인을 태운 선박이 하와이에 우연히 도착한 이후로, 꾸준히 일본인들은 하와이를 향했다. 1855년 제1회 하와이 관약이민지에는 600명을 뽑는 데 2만8000명이 응모했다.

이후에도 일본인들은 꾸준히 하와이로 향했다. △1868년 설탕농장에서 일할 153명의 계약노동자 이주 △1882년 정부의 주선에 의한 제2차 계약노동자 이주 등으로 말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하지만 이처럼 지속적으로 일본인들의 이민이 늘자 저임금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미국 본토, 하와이, 유럽 등에서는 일본인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우리 업을 일본인들이 빼앗아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일본인 비율이 높던 하와이에서 일본인 배척운동이 벌어지면서 1908년 미일신사협약이 결성되고, 일본인 이주자의 수가 크게 제한됐다. 미국 본토도 1924년에 배일이민법을 제정함으로써 해외이주를 연간 146명으로 제한했다.

그럼에도 일본인의 하와이 이주는 끊이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잠시 중단됐던 하와이 이주는, 전쟁이 끝난 뒤 다시금 진행됐다. 1947년 10월 해외이주협회가 설립되고 1949년 5월 국회에서 인구문제에 대한 결의안이 통과된 뒤 1952년 7월 사단법인 해외이주중앙회가 설립되고 같은 해 8월에는 해외이민촉진연맹이 결성됐다.

이들 단체들은 일본 정부가 진행하는 이주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이주를 장려한 건 이들이 송금한 외화가 중요한 수입원이었기 때문이다. 1933년 일본 대장성(大藏省) 통계에 의하면, 이 해의 송금액은 무역외 수지의 10%를 넘게 점하고 있었다. 지속적으로 해외에 일본인 노동자가 공급되면서 1990년 기준 해외의 영주일본인, 일본인계는 북미에 80만5000명, 남미에 73만4000 명 등 모두 164만여명에 달했다.

사실 하와이를 비롯해 해외에서 자리잡은 일본인들은 대부분 영주하려는 의도 없이 돈을 저축해 일본으로 귀국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인을 배척하는 흐름이 거세질수록 이미 해외에 자리 잡은 이들은 해외에 정주(定住)하게 됐다. 한번 귀국하면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될까봐서다. 이 같은 이유에서 이미 하와이에 자리를 잡은 이들도 하와이에 영영 정주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 경제가 비약적 발전으로 호황을 누리고 일본 국내 노동력이 부족하게 되면서 비로소 끝이 났다.

하와이 내 일본 세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미국 내 아시안 정치 진출은 대부분 하와이에서, 일본계에 의해 이뤄졌다. 첫 스타트를 끊은 건 산지 아베(1895~1982)였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하와이로 이주 노동한 부모를 지닌 그는 하와이에서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최초의 일본계 미국인으로 기록됐다.

'일본계' 조지 아리요시는 1974~1986년 하와이에서 주지사를 지냈다. 그는 아시안계를 조상으로 둔 첫번째 미국인 주지사였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하와이 주지사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이게 역시 일본계(오키나와계) 조상을 두고 있다.

하와이 호치(Hawaii Hochi). 하와이에서 주 6일 발행되는 일본어 신문으로 1912년 하와이 내 일본인 이민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1990년대 초 9000부를 인쇄해 인기 정점을 끌었으며, 현재는 3000부를 인쇄한다.

이게 하와이에서 일본의 흔적을 볼 수 있고,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에서 일본어 방송이 나오며 하와이 현지에서 제작된 일본어 신문과 잡지가 있는 등 하와이가 일본 프렌들리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