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정초부터 건조기 '기싸움'…"우리가 점유율 60%"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의 국내 건조기 판매량이 5개월째 LG전자 (97,900원 ▼900 -0.91%)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건조기가 '먼지 논란'으로 주춤한 사이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크게 누리며 시장 점유율 역전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G전자는 먼지 사태로 건조기 판매가 다소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통계치와 실제 판매량은 다르다고 강조하며, 정초부터 치열한 건조기 판매 경쟁을 예고했다.

7일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건조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5.3%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LG전자가 기록한 34.7%와 비교할 경우 거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12월 점유율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삼성전자가 60% 이상 차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겨울철은 베란다 등 외부에서 빨래를 말리기가 쉽지 않아 건조기 판매량이 늘어나는 시즌이다.

지난해 1~2월 국내 건조기 시장은 LG전자가 점유율 67.2%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 때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각각 29.7%, 28.7%에 그쳤다.

하지만 LG전자 건조기 먼지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7월 삼성전자 점유율(49.9%)이 처음으로 LG전자(45.3%)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11월까지 삼성전자 건조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0% 성장하는 등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LG전자는 GFK 수치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의 추정치와 실제 판매량의 차이가 현저하게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LG전자는 건조기 사태 직후인 8~9월 점유율(자체 집계 결과)은 40%까지 떨어졌으나, 11월 50%, 12월 60%까지 반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한국소비자원의 10만원 위자료 지급 권고를 거절하는 대신 건조기 145만대를 전부 무상리콜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건조기 점유율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배경은 성장세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판매 규모는 100만대로 추산되며, 14㎏ 이상 대용량 건조기 판매 비중은 2018년 40%에서 지난해 90%로 2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대표적인 '신가전'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조기 시장의 월 매출은 최대 1300억원대"이라면서 "올해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양사의 건조기 판매 경쟁은 지난해보다 치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