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기존 시스템으로.." 야심찬 K-에듀파인, 시작부터 '버벅'

전국17개 시도교육청과 국공립 유치원, 초중등학교 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과 업무관리시스템이 통합된 'K-에듀파인'이 개통한 지난 2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직원들이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뉴스1

#경기도의 한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A씨는 최근 K-에듀파인에 들어가려다가 황당한 공지를 봤다. 자료 집계 기능에 오류가 많아 서비스를 임시 중단했으니 기존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이용하라는 공지였다. K-에듀파인은 학교 업무 처리에 필수적인 시스템이다. 반복되는 오류로 현장 교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학교 회계업무와 행정업무를 통합한 업무시스템 'K-에듀파인'이 도입 초기부터 부실한 성능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대부분 학교가 1월 중 졸업식을 하는 추세지만, 교육부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일정을 무리하게 새해에 맞춰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13일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은 "개통 이후 13일 현재까지 교육현장은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며 "학교 업무가 대부분 K-에듀파인을 통해 공문서를 작성하고 결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K-에듀파인의 접속장애로 하루 종일 컴퓨터만 붙들고 발을 구르는 상황이 많았다"고 말했다.

K-에듀파인은 교육부가 지난 2일 개통한 학교 업무 시스템이다. 재정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과 행정업무 시스템을 통합한 모델이다. 교육부는 K-에듀파인이 도입되면 △재무업무와 행정업무 통합 관리 △수기 작업 전자화 △대외기관 정보연계 확대 △전자금융서비스 고도화 등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막상 실전에 투입되니 오류가 빈번하게 나타났다.

특히 교사가 많은 서울·경기 지역은 접속이 몰려 여러 차례 '먹통'을 겪었다. 한 교사의 제보에 따르면, 경기도에서는 아예 K-에듀파인 '자료 집계' 서비스에서 오류가 속출해 "K-에듀파인을 잠정 중단하니 우선 현 나이스의 자료집계 서비스를 활용해달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경기도 K-에듀파인에 올라온 내부 공지/사진=K-에듀파인

공지에 따르면 서비스 정상화 기간은 오는 4월30일까지다. 기간 안에 기능이 정상화되지 못하면 새학기가 시작한 이후에도 K-에듀파인에서 자료 집계 업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교사는 "그나마 지금은 방학이라 K-에듀파인이 감당하는 업무량이 평소의 10분의 1정도인데, 개학을 하고 업무가 몰려도 이런 상황이라면 걱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교원단체 실천교육교사모임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지난 8일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 안정까지 불가피하게 시간이 필요하다 해도, 바쁜 학년 말에 교육부의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K-에듀파인 도입을 서두른 게 불상사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전대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은 "예전과 달리 대부분 학교가 1월 중 방학식을 하는데, 새 시스템이 1월2일에 나와서 혼란이 많았던 것 같다"며 "12월 말에 방학을 하는 기존 관습에 일정을 맞춘 교육부의 탁상공론이 혼란을 키웠다"고 꼬집었다.

한편 교육계에 따르면 13일 현재 접속 '먹통' 문제는 해결된 상황이지만, 자잘한 오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던 부분은 원인을 찾아 조치했지만 프로그램 오류는 원인이 각기 달라 하나씩 해결하고 있다"며 "원래 22일까지 비상상황실 운영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학교 개학 시점까지 연장 운영하고 전문가 인력도 충원하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