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장으로 '가정폭력' 에서 아이와 엄마 구했다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삽화=이지혜 디자인 기자 /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또다시 남편의 폭력이 시작된 지난해 여름, 이영희씨(가명·43)는 참다못해 전화기를 들었다. 경찰에 가정폭력으로 신고하고 조사까지 마쳤지만 언제나 그랬듯 아직 어린 자녀가 눈에 밟혔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고 결국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이씨의 의사에 따라 처벌 대신 가정보호사건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서창원) 소속 황윤선 검사는 서류를 넘겨보던 손을 멈췄다. 눈가에 빨갛고 파랗게 피멍이 든 이씨의 사진 한 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얼굴에 성인 남성 주먹만한 멍이 있었지만 남편은 오히려 이씨를 비난하며 폭행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었다.

단순한 가정폭력이 아님을 직감한 황 검사는 이씨를 불렀고, 이씨는 8년전부터 남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동안 이씨가 112나 119에 신고한 내역, 폭행으로 입은 상처를 증명하는 각종 진단서를 모두 찾고 상습적인 폭행으로 자녀들 정서까지 학대했다는 혐의까지 달아 지난해 12월 남편 김모씨(49)를 재판에 넘겼다.

황 검사는 이씨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동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지원을 요청했다. 남편은 수개월 간 생활비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여서, 따로 떨어져 살 수 있는 공간 마련과 경제적 지원이 우선 필요했다.

김홍열 동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처장은 "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했고 독립된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긴급 생계비 지원 절차도 밟고 있다"며 "전문 심리상담도 진행해 폭력에서 벗어나 독립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홀로서기에 나선 이씨에게도 희망과 의지가 생겼다. 이씨는 김 처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절박한 순간 검사님이 동아줄을 던져줬다"며 "덕분에 이제는 스스로 미래를 바꿀 수 있고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른 가정폭력 피해자에게도 희망이 되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었다"며 "어떤 순간에도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생겨 마음이 든든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