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 '김치 국물'은 누가 흘렸나?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한 아파트 입주민이, 누군가 엘리베이터 내에 김치 국물을 쏟아놓고 안 치웠다며 올린 사진./사진=온라인 카페

#서울 한 아파트 거주민인 임재훈씨(33)는 지난주 퇴근길에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인상이 확 찌푸려졌다. 바닥엔 누군가 흘린 국물이 있었다. 시큼한 냄새가 온통 진동해, 자택이 있는 15층까지 올라가는 순간이 괴로웠다. 코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임씨는 "흘렸으면 치워야지, 이런 건 기본 아니냐"고 나무랐다.

이른바 '엘리베이터 에티켓'이다. 이 공간은 머무는 시간은 짧지만, 좁고 사람 간 밀도는 높아 불쾌했단 사례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에티켓'일뿐, 강제하기 힘든 영역이라 주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

사례 1. "흘렸으면 닦으세요"

가장 흔한 사례 중 하나는, 엘리베이터 바닥에 뭔가를 흘리는 경우다.

이 경우엔 문제가 두 가지 발생한다. 하나는, 문이 닫기는 순간 '냄새 지옥'에 빠진단 것. 둘째는, 발에 묻기라도 하면 집안에까지 냄새를 달고 온단 것이다.

지난해 12월, 엘리베이터 김치 국물 피해를 입었단 직장인 오상민씨(29)는 "스마트폰을 보며 탔다가, 김치국물을 모르고 밟았다"며 "몹시 불쾌했지만, 또 다른 피해가 생길 것 같아 내가 그냥 닦았다"고 했다. 그는 누가 흘렸는지, CCTV라도 보고픈 심정이었단다.

사례 2. "내린 다음 타세요"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밀치며 타는 경우다.

주부 박민경씨(38)는 얼마 전 엘리베이터를 내리려는데, 자신을 밀치고 타는 초등학생을 봤다. 박씨가 "엘리베이터에 있던 사람이 다 내린 다음에 타는 거예요"하고 말했지만, 아이는 대답도 없었단다.

취업준비생 한승규씨(24)도 "1층에서 내리려 할 때, 한 50대 추정 아주머니가 어깨로 밀쳐서 몸이 90도 정도 돌아갔다"며 불쾌했던 경험담을 털어놨다.

사례 3. "강아지 목줄은 짧게"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줄을 길게 풀어놓아, 좁은 공간서 다른 이들을 불쾌하게 하는 사례다.

대학생 이소영씨(22)는 자택인 17층서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산책 가는 대형견과 견주를 마주쳤다. 하지만 견주는 줄을 바짝 당기지 않았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이씨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하지만 견주는 태연하게 "우리 아이는 순해, 괜찮아요"라고 했다.

모두가 다 자기 아이를 예뻐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좁은 공간인 만큼, 줄을 바짝 잡아당겨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게 에티켓이다.

서울 양천구 한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엘리베이터는 주민들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에티켓을 지키는 것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며 "역지사지로 내가 겪었을 때 싫은 건, 다른 이에게도 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