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차에 치인 길냥이 안고…'마지막 길'을 함께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머니투데이
  • 남형도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0.01.25 06:10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성수동서 '로드킬' 당한 길냥이 사랑이, 마지막 기록들…다친 동물 '사각지대', 시스템 필요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본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보이지 않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차에 치여 숨진 길냥이는 1번 화장장에 들어가 하얀 가루가 돼 나왔다. 녀석의 마지막을 위해 기도를 해줬다./사진=남형도 기자
차에 치여 숨진 길냥이는 1번 화장장에 들어가 하얀 가루가 돼 나왔다. 녀석의 마지막을 위해 기도를 해줬다./사진=남형도 기자

차에 치인 길냥이 안고…'마지막 길'을 함께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사망했습니다."


털이 노란 길고양이의 심장은 더는 뛰지 않았다. 차에 치인 걸 본 뒤, 품에 안고 데려온 녀석이었다. 수의사가 건넨, 그 쉬운 말을 알아듣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그리곤 황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어떻게 더 해볼 수 없냐'는 간절한 눈빛이었다. 수의사는 고개를 돌렸다. 이젠 받아들일 시간이었다.

난 진료대 위에 축 늘어진 녀석을 봤다. 눈도 채 못 감고 있었다. 머리와 입 주변은, 아직 식지 않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네 발은 살짝 젖어 있었고, 흙빛이었다. 어딜 그리 돌아다녔어, 그동안 참 많이 고단했겠다, 애써 짐작하지 않아도 그쯤은 알 수 있었다.

머리부터 등까지 아주 천천히 쓰다듬어줬다. 몸은 아직 따뜻했다. 짧은 순간, 녀석이 벌떡 일어나 뛰노는 상상을 했다. 내가 모르는 곳에선 다시 그러리란 바람으로.

참 조마조마하게 살았겠다, 힘들었겠다, 고생 많았다, 잠들듯 누워 있던 녀석에게 나지막이 읊조렸다./사진=남형도 기자
참 조마조마하게 살았겠다, 힘들었겠다, 고생 많았다, 잠들듯 누워 있던 녀석에게 나지막이 읊조렸다./사진=남형도 기자

살면서 처음 품에 안았던 길고양이는, 그리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진료실을 나오자 아내가 날 바라봤다. "죽었대." 난 짧게 대답하고 고개를 떨궜다. 품고 있던 작은 희망이 허물어지는 게 느껴졌다. 아내는 눈물 자국이 겨우 마른 얼굴에,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

간호사는 내게 "아이를 어떻게 하시겠느냐"고 물었다. 사후 절차를 묻는 거였다. 모른 척하면 어떻게 될지 난 잘 알고 있었다.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질 터였다. 한 20리터짜리면 넉넉히 들어가려나.

차마 그럴 수 없어 지갑을 꺼내 카드를 내밀었다. 화장하겠단 뜻이었다.

그리 녀석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던 이야기다. 없었으면 좋았을 체험이었고, 예정에 없던 체험이었다. 우연히 겪은 뒤 꼭 기록하고 싶었다. 길 위의 생명이 다치거나 죽는 것에 대해, 같이 생각해봤으면 싶었다.



차도 위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길냥이가 사고를 당한 4차선 도로. 사진 기준으로 위쪽, 2차선 도로서 차에 치였다. 건너가려다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엔 경황이 없어 숨진 뒤 텅 빈 도로만 찍었다./사진=남형도 기자
길냥이가 사고를 당한 4차선 도로. 사진 기준으로 위쪽, 2차선 도로서 차에 치였다. 건너가려다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엔 경황이 없어 숨진 뒤 텅 빈 도로만 찍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돌이켜 생각하면, 어떻게든 만날 운명이었나보다.

18일 토요일 저녁이었다. 아내는 좋아하는 콩가루 쌀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했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카페였다. 생일 케이크를 주문했던 곳이었다. 운전해서 갔고,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워뒀다.

카페를 향해 가는데, 저 멀리서 길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고단하겠다", "겨울이 빨리 갔으면"하고 얘길 나눴다.

그리고 길모퉁이 왼쪽으로 돌아선 순간, 아내가 "쟤 어떻게 해"하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방금 앞을 지나간 그 갈색 길고양이가, 차도 위에 뒤집혀 있었다. 버스정류장 앞쪽이었다. 주변엔 피가 떨어져 있었다. 찰나의 순간에, 자동차 사고를 당했단 걸 직감했다. 건너편에서 한 할머니가 "어떤 차가 고양이를 치고 그냥 갔어"라고 했다.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녀석이 살려고 발버둥 치는 순간, 또 다른 차량이 덮치려 했다. 무작정 도로로 뛰어들었다. 차 앞을, 손을 휘저으며 막아섰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길냥이가 흘린 핏자국이 신발에 남았다./사진=남형도 기자
길냥이가 흘린 핏자국이 신발에 남았다./사진=남형도 기자

다친 녀석을 다급히 들어 품에 안았다. 입가에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다. 언뜻 봐도 생명이 위독해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리가 새하얘졌다. 아내는 옆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신고할 번호를 떠올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이 안 났다. '로드킬(동물들이 길 위에서 사고를 당해 숨지는 것)' 신고가 120인 건 알았지만, 이 녀석은 다친 상태였다. 그렇다고 119도 아녔다.

하필 잘 모르는 동네였다. 두리번거리며 동물병원을 찾았다. 마침 앞에 큰 아파트 건물 1층에 동물병원 간판이 보였다. 한걸음에 뛰어갔지만, 불이 꺼져 있었다. 토요일이라 일찍 닫은 모양이었다.

야속할 겨를도 없었다. 한 할아버지가 "근처 대형마트 주변에 동물병원이 있다"고 했다. 빠르게 택시를 잡고, 그쪽으로 향했다.



겨우 찾은 병원, 30분이 지나버렸다


24시 동물병원을 찾기 위해 택시를 타고 30분이나 헤맸다. 1분, 1초가 아쉬웠고, 가슴이 타들어갔다./사진=남형도 기자
24시 동물병원을 찾기 위해 택시를 타고 30분이나 헤맸다. 1분, 1초가 아쉬웠고, 가슴이 타들어갔다./사진=남형도 기자

마트 건너편엔 동물병원이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 가는 순간 다시 절망으로 바뀌었다. 여기도 주말이라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두려움 반, 실망 반에 탄식과 욕이 복잡하게 뒤섞여 나왔다.

아내는 재빨리 다시 검색했다. 24시간 동물병원은 그 지역 내에 아예 없었다. 왕십리역 인근이 아니면, 강남까지 가야 했다. 그나마 가까운 왕십리로 향했다.

가는 길은 꾸역꾸역 막혔고, 심장은 마른 낙엽처럼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녀석은 이미 고개를 뒤로 떨구고 있었다. 자그마한 몸은 서서히 무거워졌다. 두 손으로 등을 더 단단히 받치며 굳게 마음먹었다. 0.1% 확률이라도, 꼭 살리겠다고.

왼쪽 건너편서 마침내 동물병원이 보였고, 유턴할 시간도 아까워 세워달라 하고 뛰었다. 심하게 흔들면 안 좋을까 싶어 최대한 살살 움직였다. 횡단보도에 켜진 빨간불은 그날따라 유난히도 길었다. 병원을 찾느라 보낸 30분이 몹시 아깝고 야속했다.



점퍼에 묻은 피를 닦다가 울었다


길냥이가 점퍼에 남긴 핏자국. 훨씬 더 많이 묻어 있었는데, 많이 닦은 뒤에야 기록해야 겠다고 맘 먹었다. 차마 닦지 못하고 남은 걸 찍었다./사진=남형도 기자
길냥이가 점퍼에 남긴 핏자국. 훨씬 더 많이 묻어 있었는데, 많이 닦은 뒤에야 기록해야 겠다고 맘 먹었다. 차마 닦지 못하고 남은 걸 찍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시간을 아끼려 병원에 뛰어들어가며 상황 설명을 했다. 간호사가 길냥이를 받아들고, 바삐 데려가 진료대 위에 놓았다.

수의사는 청진기를 대보더니, 심장이 아주 희미하게 뛴다고 했다. 이어 엄지와 검지로 조그만 심장을 쥐고, 심폐 소생술을 했다. 주먹을 쥐고 '제발, 제발'하고 수십 번씩 속으로 외쳤다. 하지만 녀석은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더는 가망이 없다"며 수의사가 어렵게 말했다. 심장이 이미 멈췄다고 했다. 왜 그렇게 빨리 숨졌냐고 부질없이 물었다. 머리와 뇌를 크게 다친 것 같다고 했다.

허망한 걸음으로 진료실 밖을 걸어 나왔다. 그제야 잊고 있던 피 냄새가 났다. 점퍼와 신발에도 잔뜩 묻은 게 보였다.

물티슈를 뽑아서, 그걸 하나씩 천천히 닦아냈다. 차도 위에서 발버둥 치던 녀석이 몇 번이고 다시 떠올랐다.

'힘들게만 살았는데, 이렇게 가면 안 되잖아', 눈물이 뒤늦게 왈칵 쏟아졌다.



화장 비용 20만원을 내고


동네서 숨진 아기 고양이. 사체 처리도 안 돼 분홍색 판자에 덮여있다./사진=남형도 기자
동네서 숨진 아기 고양이. 사체 처리도 안 돼 분홍색 판자에 덮여있다./사진=남형도 기자

길고양이라 평생 불린 녀석은, 숨지는 순간 '생활폐기물'이 됐다. 그게 맘 아팠다.

선택지는 네 가지였다.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 법대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린다. 둘째, 120 다산콜센터에 신고해 수거해가게끔 한다. 그럼 냉장 보관을 하다가 소각한단다. 셋째, 몇몇 동물병원서 행하는 '집단 화장'을 이용한다. 넷째, 반려동물 장례업체를 통해 '개별 화장'을 한다.

죽은 뒤 부질없다는 건 알지만, 마지막 길이라도 편히 보내주고 싶었다. 그래서 개별 화장 비용 20만원을 냈다. 다음날, 업체가 동물병원에 와서 사체를 거두어간다고 했다.

그러려면 동물병원에 등록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 이름도, 성별도, 몸무게도 몰랐다. 길냥이라고 적었다.

진료실에 다시 들어가 수의사에게 물었다. 남아이고, 나이는 젊은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녀석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마지막에 품에 안은 게, 작은 위로였다


사고 전 자주 찾던 성수동 카페서 우연히 발견한 길냥이. 처음엔 로드킬을 당한 녀석이, 이 녀석인줄 알고 더 많이 울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사고 전 자주 찾던 성수동 카페서 우연히 발견한 길냥이. 처음엔 로드킬을 당한 녀석이, 이 녀석인줄 알고 더 많이 울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다시 돌아온 사고 장소엔,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바로 앞 성당에 가서 촛불 하나를 켜고 녀석을 위한 기도를 했다. 늘 인자한 모습의 성모상 앞에서.

그리고 늦은 밤, 강변북로를 달려 돌아오는 동안 아내와 난 아무 말이 없었다.

집에 다 와갈 무렵, 어렵게 침묵을 깼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 품에서 보내줬다고. 그러지 않았다면 녀석이 더 크게 다칠 뻔했다고. 어쩌면 우리와 만날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왜 하필 케이크가 먹고 싶었겠냐고. 거기까지 갔겠냐고. 그걸로 작은 위안을 하자고.

뒤늦은 저녁을 먹고, 자정이 될 무렵 나란히 누웠다. 라디오를 켜놓고 말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라디오에선 오랜만에 듣는, 타이타닉 OST가 흘러나왔다. 그 노래가 위로였는지, 지친 탓인지, 묵직한 공기를 뒤로한 채 겨우 잠이 들었다.



'사랑이'라 이름 지어줬다


네 이름은 길냥이가 아니고, 사랑이야./사진=남형도 기자
네 이름은 길냥이가 아니고, 사랑이야./사진=남형도 기자

그리고 길냥이를 홀로 보내고 싶지 않아, 마지막 길까지 함께해주기로 했다.

녀석은 김포에 있는 반려동물 화장장에 안치돼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추모를 위한 나무가 보였다. 나뭇가지엔 반려인들이 남긴, 갖가지 사연들이 있었다. '럭키, 누나가 영원히 사랑해(2018.4.13.)', '몽실아,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2016.4.16.)', '벼락아, 천둥이 만나거든 가족들 모두 잘 지내고 있다고 해줘'.

내부로 들어서니 검은 옷을 입은 직원이, 나무상자 하나를 들고 나왔다. 거기엔 큰 글씨로 '길양'이라고 쓰여 있었다.

고객카드 하나를 써달라고 했다. 보호자 성명엔 내 이름을 썼다. 반려동물 이름 칸에서 펜이 또 멈췄다. 아내에게 전화해 이름을 짓자고 했다. "다음 생엔 사랑 많이 받으라고, 사랑이가 어떠냐"고 했다. 좋다고 했다.

녀석은 이제 길냥이가 아니었다. 사랑이었다. 그리 칸을 채웠다.



연어 간식 한 통을 관에 넣어주고


생애 못 먹은 간식이나 실컷 먹으라고. 마지막 길이라도./사진=남형도 기자
생애 못 먹은 간식이나 실컷 먹으라고. 마지막 길이라도./사진=남형도 기자

추모실 안에 들어갔다. 화장하기 전, 마지막으로 추모할 시간이었다. 왼편엔 십자가도 있고, 부처님상도 있었다. 향을 하나 피웠다. 천주교인지라 성호경을 긋고, 두 손을 가운데로 모으고 사랑이를 위한 마지막 기도를 했다.

"행복해, 이제 아프지 마, 좋은 곳으로 가렴,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은 곳으로, 험난한 세상에서 눈치 보며 살아내느라 고생 많았어." 할 수 있는 좋은 말은 다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사랑이를 더 쓰다듬어줬다. 홀로 있는 공간이라 맘껏 울었다.

화장 비용은 이미 냈고, 추가로 선택할 것들이 있었다. 수의, 관, 유골함, 화장방법 등이었다. 마지막이라도 춥지 않았으면 해서, 중간 크기 수의(7만원)에 오동나무 관(7만원)을 하기로 했다. 사랑이가 차갑게 굳어 있어서, 관도 중간 크기로 해야 했다.

하얀색 수의를 조심스레 입혔다. 그리고 관에 넣었다. 국화꽃 한 송이도 함께. 발그스름한 연어 간식도, 하나씩 꺼내 함께 넣었다. 사랑이가 먹기 편했으면 해서, 얼굴 앞쪽에. 살면서 못 먹은 것, 마지막 길이라도 원 없이 먹었으면 해서.

그렇게 관 뚜껑이 닫히고, 사랑이는 1번 화장장 안으로 들어갔다.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해주고픈 말, "혼자가 아니야"


"넌 혼자가 아냐", 홀로 쓸쓸히 떠난다 생각할까봐 이 말을 꼭 남겨주고 싶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넌 혼자가 아냐", 홀로 쓸쓸히 떠난다 생각할까봐 이 말을 꼭 남겨주고 싶었다./사진=남형도 기자

50분이 지나는 동안, 옆 추모실에선 가족을 떠나보내는 이들의 울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리고 사랑이도 하얀 가루가 되어 유골함에 담겼다.

들어올 때 봤던 추모하는 나무에, 나도 팻말 하나를 걸었다. 꼭 해주고픈 말을 꾹꾹 눌러서 썼다. "사랑아, 넌 혼자가 아니야. 아픔 없는 곳에서 행복해. 사랑해."

집에 돌아와야 할 길이 꽤 멀었다. 버스에 머무르는 긴 시간 동안, 고개를 떨구고 곯아떨어졌다. 마음의 짐을 좀 내려놓아서일까. 졸고 있는 와중에도 사랑이 유골함은 품에 꼭 안았다. 흔들려도, 흔들리지 않도록.



사랑이 유골을 보내지 못한 이유


아침 햇살이 잘 들어오는 곳에 사랑이 유골함을 뒀다. 네 집이야, 맘에 들었음 좋겠다./사진=남형도 기자
아침 햇살이 잘 들어오는 곳에 사랑이 유골함을 뒀다. 네 집이야, 맘에 들었음 좋겠다./사진=남형도 기자

집에 가지고 온 뒤, 사랑이 유골을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됐다.

통상 방법은 5가지 정도다. 첫째, 납골당에 보관하는 경우다. 대신 보관 비용이 든다. 둘째, 어디에 뿌려주는 방식이다. 보통 고양이들이 지냈던 장소 인근 양지바른 곳에 뿌려주곤 한다. 그런데 불법이란다. 그래서 반려동물 화장장에서 2만원 정도에 대행하기도 한다. 셋째, 유골함을 집에 보관하는 경우다. 단, 이럴 땐 습하지 않게 잘 관리해줘야 한다. 넷째, 땅에 묻어주는 방법이다. 이 역시 불법이다. 또 유골함은 통상 썩지 않으니, 빼서 묻어주는 게 좋다. 마지막은 스톤 등의 보석으로 만들어 몸에 지니는 방식이다. 오래도록 함께하고픈 이들이 이렇게 한다. 15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결국, 사랑이 유골을 어디에도 떠나보내지 못했다. 집안의 따뜻한 카펫 위에 놓아뒀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뿌려주고 싶었지만, '불법'이란 것에 묶였다. 화장업체에 맡기긴 싫었다. 내 손으로 보내주고 싶어서. 그리 망설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대다수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은,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싶단 이유 하나 때문에, 사람이 없을 때 몰래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누구를 위한 법일까.



사랑이가 남기고 간 '숙제'들


사랑이의 입관을 마치고. 이젠 좀 편안하니./사진=남형도 기자
사랑이의 입관을 마치고. 이젠 좀 편안하니./사진=남형도 기자

사랑이는 그렇게 떠났다. 그와 같은 고양이들, 처지가 다를 것 없는 강아지들은 여전히 길 위에 있다. 생사의 갈림길이다. 안타까운 죽음도 많다. 그래도 세상은 그리 또 돌아간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랑이가 던지고 간 물음들이 있다. 우리가 길 위에서 다쳤을 때, 누가 좀 구해줄 수 있냐고. 아니면, 그마저도 '운'에 맡겨야 하는 거냐고.

다친 동물들에 대한 '시스템'이 없다, 안타깝게도.

차라리 죽은 동물은 처리라도 해준다. 지자체별 차이는 있지만, 서울시의 경우 2009년부터 '지정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소각 처리한다. 서울시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각 구별로 동물사체 회수 기동반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기준 9233건이 처리됐는데, 고양이가 6947건(75%), 유기견이 598건(6.5%), 야생동물과 조류가 1688건(18.8%)이었다.
반려동물 화장장에 놓여 있던 고양이 놀이 장난감들. 한 번이라도 놀아줬음 좋았을텐데./사진=남형도 기자
반려동물 화장장에 놓여 있던 고양이 놀이 장난감들. 한 번이라도 놀아줬음 좋았을텐데./사진=남형도 기자

살아남았을 때가 더 문제다. '사각지대'다. 서울시에선 자치구 별 유기동물보호소가 있지만, 치료에 필요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치료 비용이 고가라, 범위 내에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고양이나 유기견은 야생동물이 아니라서, 야생동물센터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사실상 다친 동물을 발견한 이가, 고스란히 부담을 안아야 한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을 지녔단 이유로.

해외에선 어떨까.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애니멀 컨트럴 오피스라 해서 다쳐서 심한 고통을 겪는 동물들을 구조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했다. 아예 다친 동물들을 위한 신고 번호도 따로 있단다. 보안관처럼 유기동물 구조도 하고, 동물 관련 민원도 처리한다. 우리나라처럼 행정 업무만 하는 게 아니라, 바깥에 나가 동물 보호 업무를 할 수 있게 행정력이 돼 있다.

다행히 서울시에서 24시간 동물 치료를 위한 시설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가 시작하면, 다른 지자체들도 따라간단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부상이 심각해 치료가 필요한 동물들을 위한 응급치료센터가 생길 예정"이라며 "운영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평일에 유기동물 보호소가 돌보지 못하는 사각지대까지, 별도로 구조에 나설 예정이라 한다.
물이 자꾸 얼어서, 얼음을 몇 개나 비웠는지 모르겠다. 사랑이를 보내고 채워지지 않는 구멍은, 또 다른 사랑이를 돌보며 채우고 있다. 그게 네 뜻이 아닐까 싶어서./사진=남형도 기자
물이 자꾸 얼어서, 얼음을 몇 개나 비웠는지 모르겠다. 사랑이를 보내고 채워지지 않는 구멍은, 또 다른 사랑이를 돌보며 채우고 있다. 그게 네 뜻이 아닐까 싶어서./사진=남형도 기자

에필로그(epilogue). 사랑이는 왜 4차선 도로를 건너야 했을까. 오랜 길바닥 생활로 위험하단 것쯤은 알았을 것이다. 이유가 궁금했다. 녀석이 살려고 버둥거리던 그 차가운 도로를 떨치지 못했다. 결국, 황동열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에게 물어봤다.

동물들이 위험한 행위를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란다. 먹을 걸 찾기 위해서라고. 먹을 게 정해진 곳에 있으면 그럴 일이 없다고 했다.

사랑이도 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를 건너고 싶지 않았으리라. 춥고, 배고파서 어쩔 수 없이 갔을 것이다. 어쩌면, 그 정도의 절박함으로 늘 버텼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엔 가방에 물통 2개를 갖고 다닌다. 동네 고양이들에게 더 자주 주기 위해서다. 15kg짜리 사료도 하나 주문했다. 애써 위험한 길을 건너가지 않도록.

그래, 아직 살아 있는 사랑이들이 많으니까. 쉬이 회복되지 않는 그날의 상처를, 이렇게나마 달래고 있다.



  • 남형도
    남형도 human@mt.co.kr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쉬운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퀴즈 이벤트
머니투데이 기업지원센터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