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항공 "中노선중단, 비도덕적"…안전은 글쎄

에티오피아항공 항공기./사진=AFP

아프리카 최대 항공사인 에티오피아 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에도 중국 직항 노선 운항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1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에티오피아항공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중국 서비스 중단 압력에도 중국 노선을 계속 운항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케냐항공과 르완다항공 등이 신종 코로나가 통제될 때까지 중국행 항공 편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다른 행보다.


하지만 의료 시스템이 미흡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 전염 사례가 나올 경우, 걷잡을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에티오피아항공의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인 에티오피아가 중국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에티오피아항공 "중국행 노선 중단, 도덕적이지 않아"에티오피아항공 측은 지난 주말 "베이징·상하이·광저우·청도 등 중국 본토와 홍콩 노선 운항을 이어갈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로부터 승무원과 승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노선 운항을 고수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수익성'과 '도덕성'이다. 테웰데 게브레마리암 에디오피아항공 CEO(최고경영자)는 대변인을 통해 "에티오피아항공은 수익성이 가장 높은 중국 노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비행 노선을 중단하더라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유럽을 통해 에티오피아로 계속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에티오피아항공은 중국 본토에서만 1500명의 방문객을 받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대변인은 또 "에티오피아항공은 1973년부터 중국 노선을 운항해왔는데 일시적인 문제(신종 코로나)로 중국행 비행을 중단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국인 형제 자매들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변 국가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이달 초 미국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 행사 연설에서 "우리의 걱정은 의료체계가 약한 아프리카 지역에 질병이 유입되는 것"이라며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이 의료 체계가 약하기 때문에 비행 중단 등 극단적인 조치를 통해서라도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는게 유일한 선택"이라고 압박했다.

◇中 일대일로 수혜국, 눈치보는 에티오피아

중국의 자금을 지원받아 건설한 아디스아바바-지부티를 잇는 철도 선로에서 여성들이 걸어가고 있다./사진=AFP

전문가들은 에티오피아항공의 결정이 기업의 수익성 뿐만 아니라 중국의 일대일로와도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영 항공사인 에티오피아항공이 엄격한 국가 통제 아래 운영되고 있는 만큼 양국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행동을 할 수는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투자를 가장 많이 받는 나라 중 하나다. 2000년 이후 중국 국책은행들로부터 121억달러(약 14조원)가 넘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항만·철도·댐·교량·쇼핑몰 등 인프라 건설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설 노동자들 역시 대부분 중국인 이민자로 구성돼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9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 제33회 수뇌회담 측에 서신을 보내 " 현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가 역대 최고의 시기에 있다"며 "중국은 지속적으로 진실친성(真實親誠) 정책 이념과 올바른 의리관으로 양측 간 '일대일로' 공동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아프리카의 발전과 진흥에 크게 기여함으로 양측 국민들에게 더 큰 혜택을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