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감염 비상…"방역 중심, 검역→진단…일상복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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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교육감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남부초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차원으로 등교하는 어린이들에게 손소독제를 뿌려주기 전 손을 소독하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에서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 인한 민생경제 위축 우려가 커지는 것을 감안한 현장방문이다. © News1 DB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중국 방문자 접촉이나 해외방문 이력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며 개인 위생 관리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유의를 당부했다. 또 정부의 '일상 복귀' 당부도 일부 우려의 뜻을 내놨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앞으로는 지역사회와 의료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사례를 차단하고 지역사회 확산 방지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각 개인의 코로나19 노출 가능성은 사실상 더 높아질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더라도 동선 외 지역 어디서든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가 코로나19를 계절성 독감처럼 호흡기 감염병 감시체계 안에 넣어 감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확진자 증가가 더뎌지면서 확산세가 꺾였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확진자, 접촉자가 다시 늘며 국내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불식되지 않은 상태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9번 환자는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환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1, 2, 3차 감염 등 확진자 접촉이나 자가격리자 접촉 등 감염경로와 동선이 기존 역학조사 밖의 환자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 교수는 "(정부와 보건당국은) 여태 공항에서 증상을 확인하고, 확진자의 동선을 좇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면 (지역사회 감염을 통해) 삽시간에 기하급수적으로 번지는 걸 막는 전략을 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9번 확진자가)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높으나 기존 확진자와 연결고리는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하더라도 29, 30번 확진자의 코로나19 감염 경로, 장소파악이 주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공항, 항만 등 검역을 유지하면서 검역 중심의 방역에서 진단 중심의 방역으로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 위생 관리는 여전히 중요하다. 자신의 감염은 물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파자가 될 수도 있는 탓이다.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폐쇄된 공간에서) 감염도 가능하다. 재채기할 때 물방울이 미세하게 튀어나올 수 있고 같은 손잡이를 만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를 당부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피치 못하게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는 KF94 이상의 마스크를 쓸 것"을 강조했다.

다만 최근 정부 등에서 지역경제 침체와 관련해 "정상적인 일상활동과 경제활동으로 복귀해 주실 것"을 당부한 데 대해서는 전문가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이다.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왜 (정부가) 그런 선택했는지 알 수 없으나 현재까지도 유행상황을 보면 속단할 수는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전문가 역시 "주변국가와 더불어 우리나라도 지역사회 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돼 질본 등에서도 대비하고 있던 부분일 것"이라면서 "아직 집단시설 감염에 대한 위협은 남아 있다"고 당부했다.

지자체도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활성화 강조에도 불구 긴장의 고삐를 당겼다.

서울시는 17일을 전후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확진자 동선인 마포구 공덕동의 한 대형 마트를 찾아 '제1호 클린존'을 선포하고 시민의 일상 회복을 당부하려 했으나 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확진자가 연이어 나오면서 선포식을 취소하고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현장을 찾아 '클린존' 스티커를 붙일 계획이었는데 이를 취소했다"며 "다만 클린존 공표는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불안은 예방과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김동현 한국역학회 회장(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은 "필요하면 (방역) 조치를 해야 하는데, 필요하지 않고 단지 심리적 공포로 문을 닫는 것은 공중보건학적인 조치로서 적절하지 못하다"면서 "방역 시 출입 규제 이상 며칠간 (폐쇄)하는 것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강립 차관은 17일 브리핑에서 "지역사회 유행에 대비한 선제조치를 사전에 준비하고 있으니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자제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