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놀란 아베의 거래…中, 日에만 "감동" 이유 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BBNews=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에 전세기를 띄운 결정은 인터넷 여론에 의해 급조된 것이라고 19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전세기를 띄우기 위해 중국에 마스크를 제공하는 거래도 단행했다.

일본은 지난 17일 다섯번째 전세기까지 도착하며 여태껏 총 828명의 일본인을 우한에서 빼냈다.
1월26일: 트위터 여론에 전세기 파견 결정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전세기를 파견해 자국민을 귀국시키겠다고 말하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AFPBBNews=뉴스1

"중국 정부와 조정이 되는대로 전세기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희망자 전원을 귀국시키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국 우한에 전세기를 띄우겠다고 밝힌건 지난달 26일 저녁이었다.

이전만해도 아베 정권 내부에선 "터무니없는 바이러스라고 하면 국민이 패닉에 빠질 것"이라고 코로나19의 의미를 축소했는데, 지난달 23일 중국 정부가 우한시를 봉쇄령을 내리자 상황이 바뀌었다.


아사히는 아베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우한 봉쇄 이튿날에도 비상사태 선언을 보류했지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정부 대응 지연을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자 내부 기류도 바뀌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전세기 파견을 결정한 건 입장 표명 당일 아침이었다고 한다. 외무성 간부들은 "외국인이 중국에서 도망간다는 인상을 준다"며 꺼리는 분위기였다. 귀국인들의 수용시설과 구체적 대응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이날 저녁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협상에 나섰다.

왕이 부장이 마스크 재고 부족 문제를 거론하자 모테기 외무상은 마스크를 지원하는 대가로 전세기를 파견하겠다고 했다.

1월28일: 中에 마스크 주고 전세기 파견 거래

/AFPBBNews=뉴스1

일본 정부는 28일 밤 우한으로 마스크 1만5000개 등 지원물자를 실은 민간 전세기를 띄웠다.

이날 저녁 8시까지만 해도 정부는 귀국자들을 위한 수용시설도 마련하지 못했다. 하루 전에야 치바현의 가쓰우라호텔로 결정됐다.

1월29일: 첫 귀국자에 "온천 즐기다 가라" 안일한 日

일본 정부가 우한에서 귀국한 국민들이 머물도록 마련한 치바현 가쓰우라호텔. /AFPBBNews=뉴스1

아사히는 첫번째 전세기가 일본에 도착하기 전 후생노동성 내부에선 "증상이 없는 사람은 대중 교통을 이용해 이동케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귀국자들을 온천에서 느긋하게 보내도록 하는 것도 좋다"면서 귀국자의 대우에만 신경썼다고 한다.

총리 관저에서 오랜 논의 끝에 정부가 준비한 버스로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로 이동해 검사를 받고, 음성이면 집이나 정부에서 마련한 호텔에서 대기조치 하도록 정했다.

현재는 당연히 여겨지는 2주간 격리조치도 일본 정부는 1주차는 외출금지, 2주차는 가급적 외출금지로 느슨했다.

관저 관계자는 아사히에 "인터넷에서 잠복기간이 지날 때까지 격리해야 한다거나 자택 격리도 위험하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귀국자의 호텔 격리로 방침이 바뀌었다"면서 "인터넷 비판이나 TV에서의 여론에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1월30일: 호텔서 강제 '2인1일'...감염자 발생결국 첫번째 귀국자 206명 중 191명이 치바현 가쓰우라호텔에 머물기로 결정했는데, 정작 객실은 170실 뿐이라 모르는 사람끼리 2인 1실을 했다. 이날 2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귀국자 중 2명이 바이러스 검사를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2월6일: 中 "일본에 감동" 특별 감사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중국 외교부.

일본 정부가 구호물품을 주고 전세기를 3편까지 띄우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매우 감동 받았다. 전염병은 일시적이지만 우정은 지속된다"면서 이례적으로 일본에만 특별한 감사인사를 전했다.

양측간 밀월관계 덕에 일본만 특별 언급한 것이었다. 안일하고 부실한 대응으로 일관했지만 일본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칭찬' 선물을 받았다.
2월7일: 상황 악화에도 中에 립서비스

/AFPBBNews=뉴스1

일본이 네번째 전세기를 띄워 중국 국적의 78명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중국측은 춘제 연휴 후 일본인의 중국 배우자와 아이들이 귀국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지만 모테기 외무상은 "중국측의 대응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중국을 달랬다.

아사히신문은 "첫번째 전세기 도착 후 도쿄도에서 숙소 및 이동편 제안을 했지만 정부가 거절했다"고 전했다. 도쿄도 관계자는 "정부는 수용인원이 맞지 않았다고 하는데 왜 거절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