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방어 댓글 단 법무부 간부, 동료검사 '댓글 폭격'에 다시 삭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방침과 관련해 검찰 내부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평검사들의 비판글에 주무부처 담당자인 법무부 간부가 반박하는 댓글을 달았다가 이를 비판하는 재반박 댓글이 쏟아지자 자신의 댓글을 모두 삭제하기도 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태훈(사법연수원 30기) 법무부 검찰과장은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라온 이수영 대구지검 상주치정(연수원 44기)과 구자원(연수원 44기)의 글에 댓글을 달았다.


앞서 이 검사는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 "수사 없는 기소, 기소를 염두에 두지 않는 수사가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비판 글을 게시했다.

이 검사는 "기소 가능성을 기준으로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을 최대한 침해하지 않도록 고심하고 또 고심하며 수사를 했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수사만을 담당하는 검사가 된다면 그러한 판단 기준이 없어지는 것인데 앞으로는 무엇을 기준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김 과장은 "(수사·기소 분리 방안은) 검찰의 직접수사에서 간과되기 쉬운 공소관의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라 답했다.


김 과장은 "검사 제도의 탄생 배경과 본분은 공소관으로, 검사에게 부여된 수사권은 수사를 감독하고 지휘하는 사법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를 본원적 권한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하고 직접 피의자 등을 심문해 증거를 수집하는 형식은 다른 선진국의 일반적 형태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검사는 공소관으로서 수사를 주재·지휘·감독하면서도 직접 '선수'가 돼 수사 활동을 하게 된다"며 "동일인이 수사와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를 같이하며 최종적인 공소관으로서의 지위도 겸하게되므로, 사법경찰의 수사를 지휘감독하는 공소관 본연의 역할과는 사뭇 다른 입장에 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과장은 "이 검사님이 생각하시는 수사 기소와 판단 주체 분리 모델이 이후 수사검사가 기소판단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거나 이후 공판에 관여하지 못하는 식의 사건의 재배당이나 완전 분리를 전제로 한 것이라면 저도 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판을 일부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인권수사자문관, 전문수사자문단 등 특히 검찰의 직접수사에서 간과되기 쉬운 공소관의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라며 "제도가 현실에서 잘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조직구성원들의 솔직한 의견과 평가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 과장은 "(법무부가 공감대 형성 없이 제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의심이 드셨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적어도 검사장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되고 의견이 수렴되는지 기다려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이 법무부가 추지하는 방안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장문의 댓글을 달자 이를 비판하는 검사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 검사는 "청년 검사가 나름의 결기로 소신을 밝혔는데 검찰 과장이 직접 댓글을 달아가며 '기다려 보는 게 순서'라는 언급을 하는 것이 직분과 권한에 비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믿고 기다려달라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 뒷받침될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법무부가 보여온 행태에 비추어 볼 때 어떤 걸 믿고 기다려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김 과장을 비판하는 댓글과 이 검사를 응원하는 댓글이 이어지면서 댓글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100개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김 과장의 댓글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