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취소해야 하나…" 불안한 예비부부들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2020.2.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주 주말 결혼식을 끝내고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이모씨(32)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모리셔스가 코로나19를 이유로 한국인 관광객 입국을 금지하며 당장 신혼여행지를 바꿔야 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아침 이 소식을 듣자마자 여행사에 전화를 걸었다. 여행사에서는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다. 수수료보다도 모리셔스처럼 공항에서 귀국조치되면 인생에 한번 뿐인 신혼여행이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이 더 크다.

모리셔스가 한국인 신혼여행객 34명을 귀국시키면서 예비부부들에게 '폭탄'이 떨어졌다.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준비 중이었던 A씨 같은 경우는 물론이고, 다른 곳으로 신혼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부부들 역시 마찬가지다. 갑자기 어느나라에서 입국금지 조치가 떨어질 지 불안한 상황이다.

신혼부부들은 모리셔스의 대응이 이해가 된다면서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신혼 휴가는 일생에 한번 뿐인데, 포기하긴 어렵고 수수료를 내자니 수백만원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가가 이 부분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생 한번뿐인 기회인데…

김현정디자이너 / 사진=김현정디자이너

다음주 결혼식을 올리는 조모씨(32)는 발리로 신혼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조씨는 "모리셔스는 한국과 다르게 신속한 대응을 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인을 입국금지 시켜도 할말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모리셔스의 대응이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준비해온 결혼과 신혼여행인데 이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답답함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발리에서 입국금지 조치가 되면 신혼여행 자체를 취소할 계획이다. 조씨는 "인생에 한번 뿐인 휴가가 이렇게 사라지게 될까봐 두렵다"고 했다.

다음달 14일 결혼하는 서모씨(31)는 모리셔스의 사태가 남일같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유럽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며 비상이 걸렸다.

서씨는 "아직은 신혼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고 있긴 한데 회사에서 여행자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 등 내부 규정이 새로 생기거나 입국금지 조치 등을 보고 차후에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이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A씨는 "국가에서 방역조치에 실패하면서 피해는 국민이 보고 있다"며 "지금 신혼여행지를 바꾸면 500만원정도 손해를 보게 되는데 이에 대해 여행사나 국가에서 분담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리셔스 외 16개국 입국 제한 조치…더 확대되나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 중인 국가는 사모아, 키리바시, 홍콩, 바레인, 요르단, 이스라엘 등이다. 이들은 한국을 경유한 경우에도 입국금지 조치를 하고 있고 홍콩의 경우 홍콩 거주자일지라도 대구·경북지역을 방문했다면 격리조치 된다. 이스라엘은 전세기를 띄워 한국인 관광객을 귀국시키기로 했다.

이 외에도 마카오, 싱가포르, 마이르코네시아, 태국, 영국, 카자흐스탄, 투르크매니스탄, 오만, 카타르, 우간다는 한국인에 대해 검역을 강화하거나 잠복기간인 14일간 격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격리조치가 되는 국가에는 사실상 여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같은 조치는 확진자 숫자 변화에 따라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60명 늘어난 893명이다. 오전 기준으로만 보면 증가세는 소폭 둔화된 상황인데, 신천지 예수교 신자에 대한 전수조사 등이 진행 중이라 상황을 예단하긴 어렵다. 검사가 진행 중인 사람도 1만3273명에 달한다.

입국금지 조치가 중요국으로 확대될 경우 여행 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에도 미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해외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회사일 경우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건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주한외교단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방역 대응을 설명하고 한국인입국제한 등의 과도한 조치를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