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대신 4월? '정기주총 연기' 초유사태 나오나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25일 오후 서울역 승강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상장사들의 '3월 주주총회'가 연기될 가능성도 나온다. 현행법상 주총 연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주주들의 주주권 행사에 제약이 생길 수 있어 상장사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협회는 최근 대구·경북 지역에 소재한 코스닥 상장사 70곳을 대상으로 3월 정기 주총 준비에 어려움이 없는지 전수 조사를 진행 중이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주총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대구·경북 지역의 상장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감사 일정에 맞춰 재무제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하거나 주총 장소 마련을 위한 대관 등에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지역 상장사들은 △코스피 39곳 △코스닥 70곳 △코넥스 9곳 등 총 118곳으로 전체 상장사의 약 5%에 해당한다.

관련법에 따르면 3월에 주총을 여는 기업들은 주총일 4주 전에 연결재무제표를 감사인에게 제출해야 하고 감사인은 회계감사를 거쳐 주총 1주일 전 감사의견이 첨부된 감사보고서를 상장사에 보내야 한다. 통상 3월 넷째 주에 주총이 몰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이번 주에는 재무제표를 만들어서 감사인에게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에 공장이나 현지 법인이 있는 기업들은 현재 중국 내 창궐한 코로나19로 인해 현지 법인의 적절한 재무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전체 코스닥 상장사의 30%가 중국 내 사업장이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3월에도 지속 확산된다면 물리적으로 특정 장소에 모이는 주총 자체를 재검토해야만 한다. 코로나19가 빠르게 진정되면 당초 예정대로 주총 진행이 가능하지만 상장사들은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이 2018년3월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는 지난해 경영성과 보고, 사내·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주식 액면분할 등이 의결될 예정이다. 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불가피한 경우 3월 주총을 연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권리 행사를 위한 주주명부를 다시 만들어야 하고 기존 주주들의 권리가 일부 제약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상법에 따르면 주총은 주주명부 폐쇄일(권리 행사를 위한 주주명단을 확정하기 위해 주주명부의 기재변경을 일시 중지하는 것)로부터 3개월 안에 열어야 한다. 국내 상장사 대부분은 12월 결산으로 매년 12월 말 주주명부를 확정하기 때문에 보통 3월 중하순에 주총이 열린다. 그런데 3월 이후 주총을 열려면 이에 맞춰 주주명부를 다시 확정해야 한다.

문제는 12월 말 기준으로 배당을 실시하는 경우다. 배당을 하려면 재무제표를 확정하고 이를 주주들에게 승인받아야 하는데, 해당 권리가 있는 주주는 12월말 기준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다. 하지만 3월 이후 주총에 맞춰 2월이나 3월에 다시 주주명단을 확정하게 되면 12월 말에 주식을 갖고 있다 팔았던 주주들은 자기의 권리(의결권)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배당 권한이 없는 주주가 재무제표 승인안에 찬반 표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해 전자증권 제도 시행으로 주주명부 확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기존 16영업일에서 12영업일로 대폭 단축되긴 했지만 주주명부 재확정으로 인한 상장사들의 번거로움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구에 소재한 한 상장사 관계자는 "대구시에서는 이번 주가 고비라고 보는 것 같다"며 "아직 주총까지 시간이 남아있어 지금 연기 여부를 결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