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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서 잡은 '산천어', 집에 보내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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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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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2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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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살리려 강원도 화천서 165km 떨어진 양양 '어성전 계곡'으로…살리는 게 더 즐거웠다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본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보이지 않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장에서 데려온 산천어 한 마리. 물에 넣어줬을 땐 숨만 간신히 붙어 배를 보인 채 겨우 헤엄치고 있었다. 이 녀석을 강원도 양양에 있는 고향에 보내주기로 했다. 결과는 기사 마지막에./사진=남형도 기자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장에서 데려온 산천어 한 마리. 물에 넣어줬을 땐 숨만 간신히 붙어 배를 보인 채 겨우 헤엄치고 있었다. 이 녀석을 강원도 양양에 있는 고향에 보내주기로 했다. 결과는 기사 마지막에./사진=남형도 기자

축제서 잡은 '산천어', 집에 보내줬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여기서 안 드시게요?"



산천어 두 마리가 든 봉투를 쥐고 떠나려 할 때였다. 축제장 직원이 날 보며 의아한 듯 그리 물었다. 대답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한 마리는 이미 죽은 듯했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아가미가 힘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봉투에 담긴 물도 얼마 없었다. 황급히 뛰어 주차장으로 향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차량 트렁크를 열고, 가져온 큰 서랍에 산천어 두 마리를 넣었다. 거기엔 이미 물을 가득 담아뒀었다. 한 마리는 뒤집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죽은 모양이었다. 또 다른 한 마리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겨우 옆으로 떠서, 머리와 꼬릴 아주 살며시 흔드는 정도였다. "죽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운전석에 올랐다.

내비게이션에 '어성전 계곡'을 찍었다. 강원도 양양에 있는, 물 맑은 계곡이었다. 산천어들의 고향이기도 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가려니 거리가 160km나 됐다. 소요 시간이 2시간이라 나왔다. 맘이 급해졌다. 서둘러 가속 페달을 밟았다.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 '맨손잡기' 체험서 손에 꽉 잡힌 산천어. 녀석이 원래 있어야 할 곳은 어디였을까. 그 생각이 취재의 시작이 됐다./사진=뉴스1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 '맨손잡기' 체험서 손에 꽉 잡힌 산천어. 녀석이 원래 있어야 할 곳은 어디였을까. 그 생각이 취재의 시작이 됐다./사진=뉴스1

화천 산천어 축제서 잡은 산천어를, 고향으로 보내주고 싶었다.

실은 고향이랄 게 딱히 없다. 전국 양식장에서 태어난 녀석들이다. 거기서 1년간 길러진 뒤 산천어 축제에 투입됐다. 그게 매년 80여만 마리나 된단다. 이들은 축제장인 화천천으로 쏟아진단다. 가두리에 막혀 있으니 바깥으로 나갈 순 없다. 죽을 준비가 끝났다.

그럼 축제가 시작된다. 사람들이 즐기러 몰려든다. 얼음이 꽁꽁 얼면 구멍을 뚫는다. 거기에 낚싯대를 드리운다. 작은 생선 모양의 미끼가 먹이인 줄 알고 문다. 낚인다. 발버둥 친다. 몇몇은 가까스로 도망치기도 한다. 그러나 어차피 갈 곳은 없다. 다시 빙빙 돌다 잡힌다. 뭍으로 올라온다. 숨을 쉴 수 없다. 질식하는 순간이 누군가의 기쁨이 된다.
입에 물고, 맨손으로 잡고, 옷 속에 넣는다. 살아 있는 산천어를. 단지 즐거움을 위해서./사진=뉴스1
입에 물고, 맨손으로 잡고, 옷 속에 넣는다. 살아 있는 산천어를. 단지 즐거움을 위해서./사진=뉴스1

낚싯대로 잡는 건 그나마 점잖다. 맨손으로 잡기도 한다. 입에 물고, 옷 속에 넣고. 갖가지 방법으로 산천어가 죽어간다. 그걸 축제라 부른다.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아는가. '축하를 위해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다.

산천어가 원래 있어야 할 곳은 어디였을까. 녀석이 누군가의 입에 물려 버둥거리는 사진을 보며, 그런 물음이 떠올랐다. 단 한 마리라도 집으로 보내주자 맘먹었다. 살리기 위한 여정에서, 죽어가던 산천어들에 대한 해답을 찾으리라 믿으면서.



화천서 165km 떨어진, 그곳이 산천어 '고향'


강원도 양양 남대천 상류, 눈이 시리도록 물이 깨끗하고 파란 이 어성전 계곡이 산천어가 자연에서 살아야 할 고향이다./사진=남형도 기자
강원도 양양 남대천 상류, 눈이 시리도록 물이 깨끗하고 파란 이 어성전 계곡이 산천어가 자연에서 살아야 할 고향이다./사진=남형도 기자

고향이란 단어엔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란 뜻이 있다. 산천어에게도 그런 곳이 있을 게다. 그들이 품은 고향은 어디쯤일까. 그걸 먼저 찾아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인 산천어는, 산소가 많고 15도가 안 되는 맑고 차가운 물에 산단다. 송어는 원래 바다로 나가 사는데, 생활 습성이 바뀌어 강에서만 살게 된 게 산천어다. 그러니까 사실상 송어와 같은 종이나 다름없단다. 몸통 옆면에 10여 개의 가로무늬가 배열된 게 특징. 주로 물속 곤충이나 작은 물고기 등을 먹는단다.

여기까지가 검색을 통해 찾은 정보였다. 산천어를 고향으로 보내려면 구체적인 지역을 알아야하는데,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김두호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내수면생명자원센터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김 센터장은 "산천어는 보통 강원도 해안과 맞닿아 있는 모든 하천에 산다"고 했다. 강릉, 동해, 속초, 양양 등의 하천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사실 산천어 축제가 열리는 강원도 화천은, 녀석들의 고향과는 상당히 떨어진 셈이었다. 화천은 사실 산천어가 살지 않는 곳이라 했다.

그중 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는 "양양 남대천 상류 쪽"이라고 답했다. 더 구체적인 명칭을 알려달라 했다. 그리 알아낸 게 '어성전 계곡'이었다. 오대산에서 시작돼 법수치리를 지나 어성전리에 모인 깨끗한 물이란다. 한여름에도 발을 담그면 뼈가 시리단다. 김 센터장은 "양식 산천어라도 여기서 얼마든 잘 살 수 있다"고 했다.

사진을 찾아보니 짙푸른 산과 어우러진 계곡이 절경이었다. 여길 헤엄치게 될 산천어를 가만히 상상했다.



화천->양양 165km, 얘를 어떻게 데려갈지


옷걸이가 든 이 수납장 서랍에, 물을 가득 넣고, 산천어를 넣어 옮기겠단 계획이었다. 아내가 아끼는 서랍이라 조금 무서웠다./사진=남형도 기자
옷걸이가 든 이 수납장 서랍에, 물을 가득 넣고, 산천어를 넣어 옮기겠단 계획이었다. 아내가 아끼는 서랍이라 조금 무서웠다./사진=남형도 기자

그러니까 다시 요약하면 내 계획은 이랬다. 강원도 화천군에 있는 산천어 축제에 가서, 산천어 3마리(1인당 허용치)를 잡은 뒤, 녀석들을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어성전 계곡에 데려가서, 물에 퐁당 넣어준다.

팀 회의 시간에 그걸 얘기했더니 분위기가 조용했다. 쉬이 상상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후배 박 모 기자 왈 "혹시 가는 도중에 산천어가 죽으면, 그것도 얘기가 될 것 같아요"라고 했다(왜 벌써 죽을 거란 생각부터 하고 그래…).

아닌 게 아니라, 그게 사실 걱정이었다. 강원도 화천 축제장서 양양 어성전 계곡까진 165km 정도 됐다. 차로 빠르게 움직여도 2시간 정도는 족히 걸렸다. 축제장에선 작은 비닐봉지 하나를 준다는데, 얘를 어떻게 거기까지 옮겨야 할까. 가다가 죽으면 어쩌나. 아니, 산 채로 축제장서 데리고 나올 순 있을까. 그런 생각이 꼬릴 물었다.

커다란 수납장이 필요했다. 거기에 물을 충분히 받아, 산천어를 넣어 이동하면 좋을 것 같았다. 마침 옷장에 적당한 플라스틱 서랍장이 하나 있었다. 아내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다가간 뒤, 서랍장 속 옷걸이를 다 뺐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더니 아내가 이미 뒤에 와서 날 주시하고 있었다(소오름).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산천어를 살리는 일"이라며 지레 설득에 나섰다. 다녀와서 설거지하던 실력으로, 깨끗하게 씻어놓겠다고 했다. 아내가 "편히 쓰라"고 했다(그게 더 무섭).

2월 13일, 축제장에 가기 전날 서랍장에 물을 잔뜩 받았다. 들어보니 엄청 무거웠다. 차량 트렁크에 옮기는데,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곡소리가 올라왔다. 어쨌거나 그렇게 떠날 준비를 마쳤다.



낚시는 생전 처음이라


산천어 낚싯바늘 미끼에 걸린 나뭇잎. 산천어는 못 잡고, 이런 것만 열심히 잡았다./사진=낚시에 소질 없는 남형도 기자
산천어 낚싯바늘 미끼에 걸린 나뭇잎. 산천어는 못 잡고, 이런 것만 열심히 잡았다./사진=낚시에 소질 없는 남형도 기자

2월 14일,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장으로 향했다. 빡빡한 일정이라 아침 7시쯤 집에서 나왔다. 날씨는 서울 기온이 최저 3도 정도로 푸근한 편이었다. 2시간 20분쯤 걸려 화천에 도착했다.

평일 아침인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축제장은 한산했다. 한 30여명쯤 됐을까. 화천천의 물도 얼지 않아 얼음낚시도 못 하고 있었다. 1만5000원을 내고 낚시 입장권을 끊으니, 직원이 자그마한 비닐봉지 하나를 줬다. 낚시터로 가니 무료로 짧은 낚싯대 하나를 빌려줬다. 거기엔 투명한 낚싯줄과 끄트머리에 물고기 모양 미끼가 달려 있었다. 진짜 물고기가 아닌, 쇠로 된 거였다.

낚싯대를 던지기 전 화천천을 빙 둘러봤다. 그리고 물속을 들여다봤다. 눈으로 얼핏 봐도 꽤 많은 산천어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물은 그리 맑아 보이진 않고, 다소 탁해 보였다.

낚시는 처음이라 꽤 쉽게 봤었다. 낚싯대를 물에 던지면, 산천어가 알아서 와서 미끼를 물겠거니 했다. 가만히 넣고 멍을 때리는 동안 30분이 훌쩍 지났다. 산천어는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았다.

보다 못한 출입구 쪽 아주머니 직원 한 분이 다가와 "낚싯대를 이렇게 위아래로 흔들어야 한다"며 알려줬다. 물고기 미끼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야, 와서 문다는 얘기였다. 그래도 도통 소용이 없었다. 속절없이 시간만 갔다.



잡히거나, 잡힐 때까지 헤엄치거나


피가 가득 배어나온 비닐봉투 속 산천어. 이들은 이 산천어를 그대로 버리고 갔다./사진=남형도 기자
피가 가득 배어나온 비닐봉투 속 산천어. 이들은 이 산천어를 그대로 버리고 갔다./사진=남형도 기자

그리 낚시 미끼만 보며 3시간이 하릴없이 흘렀다. 그러니 여러 생각이 오갔다.

산천어의 운명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잡히거나, 아니면 잡힐 때까지 계속 헤엄치거나. 어차피 가장자리가 막혀 있으니, 안에서 빙빙 돌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움직임이 꽤 둔했다. 그러다 결국 시체가 돼 강물에 뜨거나, 흙바닥에 가라앉은 녀석들도 더러 보였다. 그러면 뒤쪽에 있던 직원들이 긴 장비로 건져내곤 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산천어들도 뭍에서 최대한 먼, 가장자리 끝쪽에 많았다. 낚싯대가 뻗을 수 있는 거리보다, 조금 더 먼 정도였다. 빽빽한데도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걸 보면, 아마 본능적으로 살고픈 게 아닌가 했다. 미끼를 살짝살짝 움직이면, 호기심에 가까이 왔다가 고개를 돌려 재빨리 도망치곤 했다. 살기 위해 다가오고, 살기 위해 달아났다. 생존의 몸부림이었다.

그마저도, 긴 낚싯줄과 정교한 미끼로 무장한 이들에겐 속수무책이었다. 내가 낚시하는 양옆에서 낚시하는 이들이 그랬다. 거의 10~15분에 한 마리씩 잡아 올렸다. 날카로운 미끼에 걸린 산천어는 물에서 크게 버둥거렸고, 공중에 뜬 뒤 힘이 빠졌고, 땅에 올라온 뒤엔 서서히 움직임이 느려졌다. 아가미는 천천히 오르내림을 멈췄다. 아빠의 전리품을 보는 아이의 환호성 속에서, 녀석들은 숨이 끊어져 갔다.

그들의 비닐 속엔 산천어가 켜켜이 쌓였다. 몇몇은 피가 진하게 배어 나왔다. 한 낚시꾼은 그게 보기 별로였는지, 비닐을 챙기지도 않고 무심히 자릴 떴다. 물이 가득 담긴 내 비닐만 텅텅 비어 있었다. 살리기 위한 낚시이건만 왜 이리 뜻대로 되지 않을까. 야속하고 애가 타다, 갈 곳 없이 빙빙 도는 녀석들을 보며 다시 맘을 다잡았다.



죽어가는 산천어 한 마리 겨우 데리고



오후 1시가 넘었다. 낚시는 결국 뜻대로 안 됐다. 진정 생명을 피하게 하는 똥 손이었다. 맘이 급해졌다. 양양까지 또 가야 하는데, 해가 떨어질까 싶어서 조바심이 났다.

출입구 쪽 직원에게 다가가 "살아 있는 산천어를 살 수 없냐"고 물었다. 직원은 "산천어를 못 잡았느냐"고 묻더니, 바닥에 놓인 파란 양동이를 가리켰다. 커다란 양동이 안엔 죽었거나 죽어가는 산천어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여기서 세 마리를 주겠다"며 고르라고 했다. 그나마 살아 있는, 그러나 숨이 곧 끊어질 것 같은 두 마리를 비닐에 담았다. 그걸 들고 부리나케 주차장으로 향했다.

산천어 한 마리는 이미 죽었고, 다른 한 마리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리겠단 맘 뿐이었다. 고향에 보내주고 싶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산천어 한 마리는 이미 죽었고, 다른 한 마리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리겠단 맘 뿐이었다. 고향에 보내주고 싶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차 트렁크를 열고 물이 담긴 큰 서랍에 산천어 두 마리를 넣었다. 한 마린 이미 숨져 있었고, 한 마린 죽어가고 있었다. 일단 재빠르게 닫았다. 죽든 살든, 어쨌거나 부지런히 강원도 양양, 어성전 계곡까지 달려볼 요량이었다. 소요 시간이 2시간 10분 정도 나왔다. 산천어가 이미 힘없이 움직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 못 살리겠지"하며 절망적인 생각만 자꾸 떠올랐다.

그리 165km를 달렸다. 트렁크에서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에, 산천어가 흔들릴 거란 생각에 속도를 쉬이 내지도 못 했다. 10km짜리 긴 터널과, 짧은 터널 여러 개와, 구불거리는 도로를 하염없이 지났다. '네 고향이 원래 이렇게 멀었구나' 싶어 애잔해졌다. 중간에 휴게소에 세운 뒤 몇 번이나 생사를 확인하려다, 도착할 때까진 그냥 희망을 부여잡고 싶어 무식하게 달리기만 했다. '이제 집에 가자', '죽지 말아라',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맑은 물속에 있으니 참 좋았다


강원도 양양 어성전 계곡에 도착해 서랍을 열었을 때, 죽었으리라 생각했던 산천어가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다. 얼마나 기쁘던지./사진=소리지른 남형도 기자
강원도 양양 어성전 계곡에 도착해 서랍을 열었을 때, 죽었으리라 생각했던 산천어가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다. 얼마나 기쁘던지./사진=소리지른 남형도 기자

진땀이 나서 창문을 여닫는 걸 두 번쯤 반복할 무렵, 양양 어성전 계곡에 도착했다. 산천어의 고향이었다. 물이 어찌나 깨끗하고 맑은지, 흐린 날씨에도 바위며 자갈들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계곡 뒤쪽 산에선 싱그런 바람이 시원하게 뿜어져 나왔다.

계곡 위쪽에 차를 세우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차 트렁크부터 열었다. 조심스레 서랍을 열자마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화천에선 옆으로 누워 숨만 붙은 채 움직이던 녀석이, 어느새 종횡무진 펄펄 헤엄치고 있었다. 기적 같았다. "악, 살았다! 와, 진짜 고맙다. 이제 집에 가자!"하며 길길이 날뛰었다.

산천어가 든 무거운 서랍을 부여안고, 계곡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경사진 곳에 마른 나뭇가지 등이 우거져 온몸 곳곳이 긁혔다. 파란 계곡물이 닿는 곳으로, 헤치며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계곡에 가장 가까운 바위 위에, 서랍을 올려놓았다. 두꺼운 긴 팔 스웨터에 땀이 흥건히 배었다. 한여름처럼 헉헉거리며 숨이 나갔다.
"여기가 원래 네가 있어야 할 곳이야." 산천어를 보내주기 전 그런 얘길 들려줬다. 어쩐지 마음이 짠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여기가 원래 네가 있어야 할 곳이야." 산천어를 보내주기 전 그런 얘길 들려줬다. 어쩐지 마음이 짠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절경을 보며 잠시 쉬다가, 서랍을 열었다. 산천어는 여전히 안에서 잘 헤엄치고 있었다. 계곡을 배경으로, 움직이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짠했다. '그 먼 곳에서 살아내느라 참 고생이 많았다'고. 마지막 힘을 짜내어 서랍을 들었다. 그걸 부어 산천어를 계곡에 놓아줬다. 물과 물이 맞닿는 소리와 함께, 산천어가 그 안에 풍덩 들어갔다.

그 맑은 계곡 물속에 산천어가 헤엄치는 걸 봤다. 찰나였어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은백색 지느러미가 신명나게 춤췄다. 어찌나 움직임이 생동감 있던지, 화천천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녀석은 흐르는 계곡물을 타고 시원스레 헤엄쳐 사라졌다. 그 짧은 순간이 뇌리에 곱게 남았다. 그냥 좋았던 것 같다. 산천어가 오래 그리던 집에 돌아왔단 게.



살리기 위한 축제가 더 즐거웠다


산천어가 마침내 계곡에 입수하는 순간. 얼굴 클로즈업샷./사진=가슴 벅찬 남기자
산천어가 마침내 계곡에 입수하는 순간. 얼굴 클로즈업샷./사진=가슴 벅찬 남기자

축제가 누군가를 즐겁게 하는 게 목적이라 한다면, 난 감히 자부할 수 있다. 화천 산천어 축제에 온 그 누구보다 즐거웠노라고.

다만 방법은 반대였던 것 같다. 산천어를 죽이는 게 아니라, 한 마리라도 살릴 수 있어서 즐거웠다. 맨손으로 터트릴 듯 잡고, 미끼에 입을 꿰어 잡아 숨통을 끊고, 산 녀석을 입에 넣고, 그걸 다 지켜봐야만 즐거운 건 아니란 얘길 꼭 하고 싶었다.

산천어를 며칠간 공부했었다. 알게 되니 관심이 갔다. 축제장서 만난 녀석이 숨도 잘 못 쉬고 비실거릴 땐 죽을까 싶어 애간장이 녹았다. 그걸 살리겠다고 165km를 달려 양양으로 향할 땐, 그 어떤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긴장감이 넘쳤다. 혹시 죽으면 어쩌지 싶어서. 그 기나긴 여정을 거치는 동안 정이 깊이 들었다.
휴게소 간식은 역시 도깨비방망이다. 다이어트 때문에 하나만 먹었다./사진=굶주린 남형도 기자
휴게소 간식은 역시 도깨비방망이다. 다이어트 때문에 하나만 먹었다./사진=굶주린 남형도 기자

천신만고 끝에 산천어의 고향에 갔다. 진정 살아 있는 것처럼 팔딱거리며, 푸르른 계곡물 속으로 사라졌을 때의 행복을 차마 표현하지 못하겠다. 산천어 회는커녕, 오후 3시까지 밥 한 끼 못 먹었음에도 배가 든든했다. 왕복 500km가 넘는 여정이었음에도 피로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휴게소에서 사먹은 핫도그 하나가 어찌나 맛있던지.



'즐거움'을 위한 산천어들의 떼죽음


한해 76만마리, 즐거움을 위해 죽어가는 산천어가 그리 많다. 살아 있는 것의 고통으로 덮힌 이 곳을, 과연 축제라 부를 수 있을지./사진=남형도 기자
한해 76만마리, 즐거움을 위해 죽어가는 산천어가 그리 많다. 살아 있는 것의 고통으로 덮힌 이 곳을, 과연 축제라 부를 수 있을지./사진=남형도 기자

그럼에도 산천어 축제를 비판하면 으레 이런 반론이 나온다. "그럼 대체 뭘 먹을 수 있겠느냐"고. 소나 닭, 돼지는 안 불쌍하냐 물을 수도 있겠다. 당신은 풀만 먹고 사느냐, 아니 풀은 그럼 안 불쌍하냐고 조소를 날리는 이들도 있다.

식량으로 먹는 것과, 즐기기 위해 소비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이건 생존을 위해 불가피 한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즐기기 위한 죽음이다. 단지 잠깐의 추억과 즐거움을 위해 한 해 76만 마리 산천어가 떼죽음을 당한다.

양식장에서 그 수많은 산천어가 태어나고, 자라고, 가두리에 겹겹이 갇힌 축제장에 투입된다. 축제 시작 전엔 손맛을 살리겠다며 무려 5일이나 굶긴다. 수천 개의 낚싯바늘 속에서 살아남아도 마찬가지다. 찬물에 사는 녀석들이라, 날이 따뜻해지면 꼼짝없이 폐사 신세다. 생명을 앗아가고, 학대하고, 결국 숨이 끊어지는 모든 과정이 '축제'로 불린다. 그게 핵심이다.



산천어도 아프다



더 나아가 얘기하자면,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 린 스네든 영국 리버풀대 동물학자의 실험을 보자. 무지개송어의 입 주변에 벌 독이나 식초를 주입하자, 숨이 가빠지며 주둥이를 수조 벽에 문질렀다. 식욕도 금세 잃었다. 그러나 진통제를 투입하자 이런 이상 행동이 사라졌다. 아픔이 사라졌기 때문일 게다.

중국에선 가재가 산 채로 끊는 냄비에 들어갔다가, 겨우 빠져나오는 영상이 웨이보에 올라왔었다. 오른쪽 집게발은 바깥에 나왔으나, 왼쪽 집게발은 이미 익어서 냄비에 잠겨버렸다. 가재는 고통스러웠는지 왼쪽 집게발을 그냥 잘라버린 뒤 도망쳤다. 이 모습은 갑각류의 고통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이와 관련해 노르웨이에선 모든 물고기를 죽이기 전 기절시키도록 했다. 독일은 물고기를 정당한 이유 없이 죽이거나 고통을 줄 때 처벌하도록 했다. 스위스 정부는 산 바닷가재를 펄펄 끊는 물에 바로 넣는 조리 방식을 금지토록 했다.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자 배려다. 이젠 그런 걸 생각할 때가 됐다.
제 몸 만큼의 무게를 이기고, 입에 꿰인 낚싯바늘을 떨치는 동안, 얼마만큼의 큰 고통이 잇따랐을까./사진=뉴스1
제 몸 만큼의 무게를 이기고, 입에 꿰인 낚싯바늘을 떨치는 동안, 얼마만큼의 큰 고통이 잇따랐을까./사진=뉴스1

에필로그(epilogue). 산천어 낚시를 하다 미끼 바늘이 뒤집혔다. 다시 똑바로 놓으려 잡다가, 스웨터에 바늘이 끼었다. 갈고리가 어찌나 견고하고 날카로운지, 이리저리 휘저어도 빠지지 않았다. 무리해서 빼다가 손가락이 바늘에 찔렸다. 살짝 찔렸음에도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팠다.

낚시 바늘에 꿰인 산천어가, 살겠다고 공중에서 발버둥 치면 얼마나 아플까. 자기 몸무게만큼의 중력을 이겨내려, 입이 찢어져도 계속 몸부림치는 절박함이란 어떤 것일까. 사람처럼 크게 소리치지 않는다고, 힘껏 울지 않는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일까.

그에 대한 대답을 한 이가 있다. "낚시에 걸려 나온 물고기가 울지 않는 건,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울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물고기는 알고 있다'의 저자 조너선 벨컴의 말이다.



  • 남형도
    남형도 human@mt.co.kr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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