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호의법정필담]다시 풀려난 이명박, 구속은 '시간 문제'?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보석이 취소돼 재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엿새만에 석방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이라 법원의 '보석취소 결정'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재항고했고, 법원은 재항고시 집행정지 효력이 있는지 따져 볼 여지가 있다며 일단 집행을 정지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재항고를 즉시항고로 볼 수 있는지, 또 즉시항고가 집행정지의 효력을 갖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실상 '실익 없는' 재항고피고인이 재판부의 보석취소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한 사례는 흔치 않다. 더욱이 재항고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항소심 재판부가 구속집행을 보류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든지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형사사건의 변호인들은 왜 구속여부 관련 재항고를 하지 않았을까. (직무유기?)

법조계에 따르면 사실상 재항고시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항소심 선고 중 양형과 별개로 구속과 관련된 부분만 따로 떼어서 재항고하면, 대법원이 본안 판결에 앞서 재항고심에 대한 결정부터 내리게 된다.


만약 대법이 이 전 대통령의 재항고를 인용, 항소심의 보석취소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이 전 대통령의 양형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DAS) 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15년을 받았고, 2심에서는 17년을 받았다. 즉 대법에서도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징역형에 따른 복역을 피할길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피고인 입장에선 야박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석방 받아봤자 며칠'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구속은 결국 '시간 문제'반면 대법이 이 전 대통령의 재항고를 기각할 경우 바로 법정에서 구속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대법의 결정이 나와야 알 수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재구속은 시간 문제라고 관측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르면 대법이 3월내에 이 전 대통령의 재항고심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확히 말하자면 고법이 대법원 결정때까지 이 전 대통령 보석취소를 잠시 멈춘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면서 "대법원이 심리를 빨리 끝낼 경우 1~2주 이내에 다시 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

주목되는 대법원 판단형사소송법 제415조(재항고)는 '항고법원 또는 고등법원의 결정에 대해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때에 한해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형사소송법 제415조의 '입법 미비'를 공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사소송법상 재항고는 사건의 성질에 따라 보통항고 또는 즉시항고로 구분해 판단하도록 돼 있는데, 형사소송법에는 마치 '재항고=즉시항고'처럼 돼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당 조항은 1963년에 첫 조문화된 후 단 한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형소법 주석을 쓴 박일환 전 대법관(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은 "주석서에 보면 보석취소에 대해서는 (즉시항고가 아닌) 집행정지 효력이 없는 보통항고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면서 "보석취소 집행을 정지할 경우 피고인이 도주라도 하면 낭패 아니냐. 따라서 성질상 즉시항고가 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법원 판단을 계기로 (형소법상 재항고도) 민사소송법처럼 사안에 따라 제한적으로 생각할 것인지 판가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