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멈춰도 3600억 증발..'꺼지지 않는 불꽃' 정유공장의 심장은?

SK이노베이션 울산 정유공장 내 굴뚝처럼 설치된 소가탑 형태의 '플레어 스택'. 낮이라 육안으로 불꽃이 보이지 않지만 점화상태를 유지한 채 각종 가스를 태우고 있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지난해 국내 정유4사의 하루 원유 처리량이 330만 배럴이고 연간 매출액이 130조원이니까 하루 공장을 멈추면 3560억원 정도가 날아가는 셈이네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국내 산업계를 강타하면서 생산라인을 24시간 돌려야 하는 정유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셧다운(일시 가동중단)이 현실화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도 생산라인을 멈추지 않고 총력 대응 태세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1일 "확진자가 발생하면 즉시 소독에 나설 수 있도록 1차적으로 방호복을 준비해놨다"며 "365일 24시간 연속공정이기 때문에 확진자가 나와도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까지 고려해 운전원들이 입을 방호복도 미리 확보해뒀다"고 강조했다.

멈추지 않는 정유공장의 상징은 '플레어 스택(flare stack)'에서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이다. 굴뚝처럼 생긴 소각탑 형태의 플레어 스택은 지상에서 약 100m 높이에 설치된 공정배출가스 처리시설이다.


석유제품 생산공정 등에서 화재·정전과 같은 이상 사태 발생 시 나오는 폭발 위험이 있는 폐가스 등을 모아 안전하게 소각한 뒤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평상시 플레어 스택에 불꽃이 확인되면 정상적인 상태이며 낮엔 불꽃이 크지 않아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공장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공정별로 모아 전량 태워야 하기 때문에 플레어 스택의 불꽃은 꺼진 적이 없다"며 "원유정제공정에서 나오는 가스나 천연가스 등을 투입해 점화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혹 이상 공정 발생시 화염이 크게 번져 이를 목격하는 인근 주민이 놀라서 신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량으로 나오는 폐가스를 안전하게 태우는 예방 조치"라며 "오히려 소각하지 않으면 대기오염이나 화재, 폭발 등 더 큰 사고가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이 2년 주기로 실시하는 정기보수 시에도 '플레어 스택'의 불꽃은 그대로 유지된다. 정기보수는 특정한 시기를 정해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 후 공장 내부를 완전히 비우고 각종 상태를 파악해 정비·부품 교체, 신규 투자 같은 복합적인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정유설비의 경우 고온과 고압 등 가혹한 조건에서 운전되고 있어 일정시간이 지나면 가열되기 쉽고 운전 중 이 부분이 파손되면 화재·폭발 등의 사고로 직결되기 때문에 정기보수는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기보수 시에도 전체 공장을 세우는게 아니고 일부 공정을 셧다운(가동중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플레어 스택은 켜져 있다"며 "플레어 스택이 꺼진다는 건 사람으로 치면 심장이 멈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도 과거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정유공장의 화재 폭발 등을 제외하곤 플레어 스택이 꺼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SK이노베이션 (109,100원 ▲2,100 +1.96%)과 GS (45,650원 ▼150 -0.33%)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사업장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 등의 조치를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