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에도 美 주가 '푹푹'…안전자산 금값은 '쑥쑥'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습. (출처:블룸버그) / 사진제공=최은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FED)가 3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긴급 인하했음에도 뉴욕증시가 3% 가까이 빠지는 등 글로벌 경기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표적 안전자산인 국제 금 가격이 급등했다.

◇금리 내리자 오히려 떨어진 주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사진제공=신화

이날 연준은 긴급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1.00~1.25%로 종전 대비 50bp(1bp=0.01%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통상적인 금리 조정폭인 25bp의 2배에 해당하는 이른바 '빅컷'(big cut)이다. 아울러 연준이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시장에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같은 날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정책발표가 미흡했다는 시장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가 오히려 경기침체 공포심을 자극했다"며 "미 주식시장이 금리 인하보다 더욱 간절히 원했던 것은 양적 완화 재개를 통한 유동성 공급확대였지만, 연준은 이에 대한 뚜렷한 답을 주지 않으면서 시장의 실망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금 상승세는 여전히 유효한가

사진=뉴시스,뉴스1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오히려 주식시장에 공포감을 불러일으키자 금 가격은 급등했다. 3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49.60달러(3.1%) 상승한 1644.4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큰 일간 상승 폭이다.

하지만 최근 안전자산인 금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금 가격이 4.5% 넘게 급락하면서 '금에 투자해도 되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금 가격 하락이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하락에 대한 마진콜(추가증거금 납부) 대응이 주된 원인이었다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28일에는 금뿐만 아니라 원유 등 원자재 지수가 급락했다"며 "선물거래에는 가격하락이 클 경우 증거금을 추가로 채워야 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금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투자자가 (금을) 매도해 가격하락에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 역시 "최근 금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물량도 한 몫 했다"며 "시장이 급격하게 악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보다 현금확보 욕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래도 역시 금…"추세적 하락 아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경칩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백화점 쇼윈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 방역작업을 하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2020.3.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 가격이 2월 말 하락세를 보였지만 3월 들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부들의 통화·재정정책이 구체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커지면서 글로벌 실물경제 위축은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4일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되면 세계경제 성장률이 종전 전망치인 2.3%보다 1.2%포인트 낮은 1.1%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경기 하방압력을 막기 위해서는 시장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야 하는데, 대폭적인 금리 인하에 더해 양적 완화가 긍정적으로 거론된다.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 가격의 추가상승 여력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금에는 별도의 이자가 붙지 않기 때문에 금리와 반비례하는 성향을 보인다. 금리가 낮을수록 금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이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저금리 기조에 시중 유동성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금 가격도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을 받을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