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국경 접한 터키, 확진자 0명… 비법은 레몬코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전세계 확진자와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6일 오전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9만6000명이 넘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3300여명이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확진자가 0명인 국가가 있다. '형제의 나라' 터키다. 심지어 중국, 이탈리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107명)인 이란과 국경까지 인접했는데도 말이다. 터키는 어떻게 '코로나19 청정국가'가 됐을까?


코로나19 확산 극초기부터…선제적 대응, 진단 키트도 뛰어나
터키는 코로나19 관련 리스크에 매우 크게 노출돼있다. 빠르게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이란 및 중동지역과 가까운 위치에 있고, 열악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시리아 난민들을 대규모로 수용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이스탄불 공항은 주요 국제 허브 공항으로, 약 5000만명 이상이 이용했다. 터키 대표 항공사인 터키항공도 중국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까지 가는 여객기를 매일 운항했다.

그럼에도 터키 정부의 이란 항공노선 폐지, 이란 입국자 격리 등 적극적인 대처 덕에 현재까지 확진자 수는 0명이다. 참고로 이란 국적 터키 입국자 수는 지난해 기준 210만2000명으로, 국적별로 분류할 경우 이란은 네 번째로 입국자 수가 많은 국가다.


터키는 지난 1월22일부터 코로나19를 막기위한 선제적 대비에 나섰다. 터키 국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파흐레틴 코카 터키 보건장관은 이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열카메라와 다른 예방조치들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서 온 의심 환자를 우리 격리 병실로 데려간 뒤 특별 지정된 구급차를 통해 병원으로 옮기는 등 대비책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터키에 대해서는 열카메라를 권하지 않았지만 터키는 이를 포함해 모든 예방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비는 한국의 최초 확진자가 1월20일에 발생한 것을 고려할 때 상당히 이른 것이다. 당시는 중국, 미국, 한국, 대만, 태국, 일본, 마카오 등 동아시아권을 위주로 손에 꼽히는 국가에서만 확진자가 발생한 때였다.

25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아이를 안고 제카이 타히르 부락 병원 입구를 지나고 있다. 터키 당국은 이란에서 돌아온 터키 항공 소속 여객기 승객과 승무원 132명 전원이 이 병원에 14일간 격리돼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0.02.26. 뉴시스

터키는 현재 이란과의 모든 국경 관문과 교통도 봉쇄한 상태다. 지난달 23일 코카 보건장관은 "(이란으로부터 터키로 들어오는 ) 모든 고속도로·철도를 폐쇄했고, 이란발 항공편 운항도 중단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 차원에서다.

터키는 진단 키트 개발에도 일찍이 성공해 수출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코카 보건장관은 "터키의 코로나19 진단 키트가 개발됐다"며 "정확도는 99.6%이며,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들보다 빠른 90~120분 사이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터키는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각각 1만개의 진단 키트를 수출했다.

레몬향 코롱에 빠진 터키인… 코로나19 예방 제1수칙 손씻기 지켜
각 국가들은 코로나19 예방에 가장 중요한 방법은 마스크 착용이 아닌 손씻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도 6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가장 중요한 예방 수칙은 손씻기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마스크 겉표면은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벗거나 쓰기 전에 손 위생을 잘해야하고, 마스크는 손 위생을 대체할 수 없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손 위생의 측면에서 터키는 타 국가를 추월한다. 모든 터키식 생활대로 살다보면 강박적이라고 할 정도로 손을 씻게 돼있어서다.
이는 터키인들의 필수품 콜로냐(kolonya) 덕이다. 콜로냐는 레몬향이 나는 코롱으로 3가지 간단한 성분(에틸알코올, 물, 향료)으로 만들어진다. 알코올 성분 덕분에 콜로냐를 뿌리면 땀 냄새가 사라지고 상쾌한 기분이 든다. 이 때문에 터키인들은 틈날 때마다 손과 얼굴은 물론 머리까지 콜로냐를 바른다.

집에 손님이 방문하면 손바닥에 콜로냐를 뿌려주고, 식사 후나 화장실에 갔다온 다음에도 콜로냐를 뿌린다. 사무실 등에도 항상 콜로냐가 구비돼 있을 만큼 대중적이다. 터키에서 버스를 타면 언제나 손에 콜로냐를 뿌려주는데, 이는 터키의 평범한 일상 풍경이다.

중요한 건 콜로냐에 함유된 알코올 성분 덕분에 살균소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세척, 소독 용으로도 효과가 있고 손에 묻은 박테리아의 제거에도 효과가 좋아 손세정제로 인기다. 두통이나 현기증이 날 경우 머리에 살짝 뿌려 이를 치료하는 데도 이용된다. 레몬향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오렌지, 라일락, 백합, 라벤더, 만다린, 헤이즐넛 등의 다양한 향이 담긴 콜로냐도 있다.

메르스 이겨낸 터키, 비법은 유별난 차(茶) 사랑
혹자는 터키인들의 유별난 차(茶) 사랑을 '코로나19'를 막아내는 비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이겨낸 한국의 비밀은 '김치'라는 우스갯소리처럼 말이다.

하지만 터키는 2015년 메르스 바이러스 발병 시에도 수많은 중동사람들이 왕래하는데도 불구하고 메르스에 의한 확진자(사망자)가 1명에 불과했기에 이 주장이 우습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실제 차는 세계 10대 푸드 중 하나로, 옛날 조상들이 차를 즐겨 마신 이유도 건강에 이롭기 때문이었다. 차의 주요 성분인 카테킨과 테아닌 성분은 항바이러스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있다.

tvN '스트리트푸드파이터' 포스터. 공식 포스터 속 현지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채 터키식 홍차 '차이'를 음미하며 행복해하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표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터키는 놀랍게도 중국을 제치고 '1인당 차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지구촌리포트 '꾸준히 증가하는 터키의 차 소비량'에 따르면 터키의 1인당 연간 차 소비량은 3.16㎏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터키인들이 즐겨 마시는 차는 터키식 홍차 '차이'’(çay)다. 터키식 차이는 차를 졸이듯이 진하게 끓인 다음 뜨거운 물을 붓고, 설탕을 넣어 마신다.

차이는 한잔에 약 100ml 정도인데, 터키인들은 온 종일 이 찻잔을 입에 달고 산다. 하루에 10잔을 마시는 건 터키인들에겐 일상다반사다. 중국인들이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은 뒤 차를 마시는 것처럼, 터키인들도 향신료와 올리브오일이 잔뜩 들어간 음식을 마신 뒤 꼭 차이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