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호평…K바이오, 악재 딛고 재평가 받나

"코로나19(COVID-19)와 관련한 외신의 평가를 보면, 대체로 한국이 대응을 매우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물론 각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한국 방역 당국이나 의료 체계, 진단 기술과 역량 등에 대해선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하는 분위기에요."

10일 한 국내 바이오 기업 대표 A씨는 코로나19에 대한 업계의 반응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응급실 등 일부 병동이 폐쇄된 가운데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본관 입구에 출입통제 안내문이 붙어있다. 지난 8일, 대구에 거주하는 사실을 속이고 서울백병원에 입원 중이던 78세 여성 입원환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외래 및 응급의료센터 등 병동 일부를 폐쇄됐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A씨는 "특히 국내 진단 시약 기업들이 정말 잘하는 것 같다"며 "진단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밸류에이션도 제대로 못 받고, 미국이나 유럽 일부 나라가 워낙 압도적인데도 꾸준히 기술 개발을 한 노력이 이제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진단 시약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바이오 기업 대표 B씨 역시 "코로나19 사태를 나라별로 보면, 일부 측면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응이 뛰어난 편"이라며 "최근 만난 해외 바이오 관계자도 인정하더라"고 말했다.

악재에 고전한 K바이오, 재평가 가능할까
국내 바이오 기업은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잇따른 악재로 고전했다. 코오롱 인보사 사태, 신라젠 임상 실패 등으로 'K바이오'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무너졌다. 바이오는 우리 산업 미래 먹거리의 핵심 중 하나라는 세간의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


바이오 기업은 신약 개발 등 과정에서 수백억 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전반적인 주가 하락은 자본시장에서 제값을 받으며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가 하락과 투자자 이탈, 자금 조달 수요 악화, 연구개발(R&D) 위축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최근 분위기는 다소 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가운데 바이오 업종은 비교적 견조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부터 지난 9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2% 넘게 빠졌지만, KRX 헬스케어 지수는 큰 낙폭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바이오 기업은 주가가 오히려 상승하는 등 다른 업종과 차별화된 모습이 엿 보인다.

정승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빠른 코로나19 진단 속도가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이는 진단키트 자체의 제조 능력보다 잘 갖춰진 의료 인프라, 정부와 규제 기관의 대응, 보험 수가 등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두 연구원은 "특히 글로벌 임상 점유율 최상위권에 속하는 우리나라 의료 인프라는 세계적 수준"이라며 "최근 서구권 나라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데, 다수 환자에게 테스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국내 업체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많은 글로벌 회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 중 코젠바이오텍, 씨젠 (21,150원 ▲50 +0.24%), 코미팜 (4,115원 0.00%), 이뮨메드, 셀트리온 (176,200원 ▼1,100 -0.62%),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진단키트, 치료제, 백신 등을 개발했거나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진단 기업 밸류에이션 UP 기대…"글로벌 시장서 K바이오 다시 볼 수도"코로나19 사태가 원만하게 마무리되고, 국내 바이오 기업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인식이 개선될 경우 다시 한 번 바이오가 우리 증시 주도 업종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그동안 오랜 기간 저평가에 시달린 진단 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벤처캐피탈(VC)에서 바이오 투자를 담당하는 C씨는 "국내 진단 기업의 경우 그 동안 임신이나 건강 검진 등 특정 시장에 국한되며 주식시장에서 각광을 못 받은 측면이 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을 통해 연구개발 경험과 기술 경쟁력이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C씨는 "다만 국내 진단 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선 개발 능력뿐 아니라 국내외 시장에서 정식 인허가를 받아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진단 기술 역량을 갖춘 기업의 경우 투자 심리가 많이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신속 진단키트를 개발한 수젠텍 (5,330원 ▼70 -1.30%)의 손미진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의 진단 기술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라며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을 위해 유럽 인증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국제기구나 해외 기업에서 문의나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앞으로도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재차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바이오의 대응과 기술력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씨는 "치료제 분야에서도 예전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과 글로벌 제약 기업, 바이오텍 간 협업이 늘면서 K바이오의 기술 개발 역량이나 임상시험 수준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며 "실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테마주는 논외로 하더라도, 바이러스 치료제와 관련한 기술이나 플랫폼을 보유한 회사에 대한 투자 수요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