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 '긴축경영' 확산…여행·호텔·면세 이어 패션마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호텔·면세업계가 임원진 급여를 반납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가운데 패션업계를 비롯한 소비재 업종으로 긴축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회사채 시장마저 경색되자 매출이 급감할 경우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단 우려에 선제적 비용 절감 조치를 단행하는 모습이다.

◇LF "임원 급여 반납"…패션업계 "상황 예의주시"=17일 LF에 따르면 오규식 대표이사 부회장은 전일 본인 명의로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해 대표 이하 임원 30명의 급여 30%를 자진 반납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상경영의 일환이다.


이상호 LF 홍보부장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소비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업황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임원 급여 일부의 자진 반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패션업체가 임원 또는 직원 급여를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한 것은 처음이다.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될수록 패션·뷰티 등 소비탄력성이 높은 업종의 매출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레저업계의 위축이 결국 패션·뷰티 소비재의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는 예상이다.

LF가 임원 급여 자진 반납을 먼저 결정하면서 패션·뷰티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장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현금이 마르는 기업이 발생할 수 있어, 위기의식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증시 급락으로 상장사는 증자가 어렵게 됐고, 회사채 시장은 AA 등급도 수요예측에 실패하는 일이 이미 발생해, 자금 경색에 대비할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삼성물산·이랜드·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주요 패션·뷰티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1분기 실적 윤곽이 드러난 뒤에 긴축경영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LF가 1분기가 마감되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임원 급여 반납 조치를 취한 만큼, 유사한 움직임이 패션업계를 비롯한 소비재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행·호텔·면세업계 고사직전…임금반납·휴업까지=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여행·면세업계는 일찌감치 허리띠를 졸라맸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된 여행업계는 업계 1, 2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부터 각각 주3일 근무제와 전 임직원 대상 2개월 유급휴직제도를 실시, 버티기에 돌입했다.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 시장이 위축되며 호텔·리조트업계도 임금반납, 휴업 등 고육책을 단행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지난달 말 임원진들이 3개월 급여의 10%를 자진 반납키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실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콘퍼런스 예약도 줄 취소되는 등 피해가 커지며 나온 결정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이달부터 3개월 동안 임원은 기본급 20%, 총지배인과 팀장 등 리더급 직원들은 직책수당을 반납하고 있다.

객실점유율(OCC)이 10~20%에 머물며 중소형 호텔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가운데 주요 호텔들도 휴업을 결정하는 곳이 늘고 있다. 스타즈호텔 명동2호점이 내부시설 리노베이션을 겸해 휴업에 들어가는 등 서울시내 4성급 호텔들이 1~2개월 휴업에 들어갔다. 용산 드래곤시티는 운영 효율화를 위해 4개의 호텔 중 이비스(ibis) 객실 운영을 중단했다.

면세업계도 지난달부터 영업시간 단축 운영 중인 가운데 일부 면세점은 고객 발길이 끊기며 휴점에 들어갔다.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은 지난 9일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이 끊기자 한국공항공사와 협의해 지난 12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신세계면세점도 전날(16일) 서울 명동과 강남 시내면세점을 휴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