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새는 차보험, '음주운전자' 잡고 '나이롱환자' 남았다

정부가 만성적자로 신음하고 있는 자동차보험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제도개선에 나섰다.

줄줄 새는 보험금을 막기 위해 음주운전과 같이 중대한 과실로 사고를 내면 자기부담금을 높이고 보험금도 받지 못하게 했다. 보험업계는 제도개선을 오랫동안 주장한 만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크게 다치지도 않았는데 보험금 때문에 입원하는 이른바 ‘나이롱환자’(가짜환자)를 잡는데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음주운전자, 보험혜택 확 줄인다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19일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음주운전 사고부담금 인상이다.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운전자에 대해서는 보험금이 나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기존에 대인 사고당 300만원, 대물은 사고당 100만원이던 음주운전 자기부담금이 대인은 사고당 1000만원, 대물은 500만원으로 각각 오른다.


또 무면허운전뿐 아니라 음주·뺑소니 운전에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면책규정을 도입한다. 기존에는 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가해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못 받는다.

고가 차량의 비싼 수리비에 대해서도 할증률을 기존 15%에서 23%로 높였다. 수리비가 비싼 차량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높아져 전체 보험료 인상을 부추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군미필 남성이 사망할 경우 군복무 기간 동안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을 고려해 약 2년을 빼고 손해배상금을 계산하던 지급기준 요건을 바꾸고, 카풀 운행 시에도 자동차보험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표준약관을 개선한다.


금융당국은 제도개선으로 자동차 보험료가 전체적으로 1.3%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개선에 대해 불합리한 제도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반응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한해에만 자동차보험의 영업적자가 1조6000억원이 넘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데 이번 제도개선 시행으로 손해율이 개선될 전망”이라며 “불합리한 제도 개선으로 불필요한 보험금이 나가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권익도 제고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이롱환자 잡기 '총력'업계는 앞으로 경미사고로 인한 과잉치료 문제 등 나이롱환자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들 쏟을 예정이다. ‘스치기만 해도 드러눕는’ 경상환자들로 인한 보험금 누수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들 경상환자들은 특히 한방병원을 선호한다. 한방의 경우 자동차사고로 치료를 받게 되면 비급여 진료로 분류되는 첩약, 약침, 한방물리요법 등을 한 푼의 자기 부담 없이 자동차보험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통사고 한방진료비는 2015년 이후 매년 1000억원이 넘게 급증하는 추세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경미 사고로 인한 과잉치료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향후 자동차보험 정책협의체를 통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자동차보험 수가기준을 구체화해서 나이롱환자들이 자동차보험을 악용해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내지 못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