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대출은 어려우세요…" 기업은행으로 발길 돌리는 사장님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소재 IBK기업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현장지원에 나선 모습./사진제공=금융위원회

"기업은행으로 가셔야 돼요."

요즘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말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초저금리 대출상품이 시중은행에도 출시됐지만 신용등급 등 요건을 채우지 못해서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이 1~3등급으로 높아야 하는 반면, IBK기업은행은 6등급 고객까지 대상으로 한다.


이 때문에 고객들이 각 은행들로 분산되기는커녕 기업은행으로 몰려드는 상황이 빚어졌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초저금리 대출 심사를 시작한 6일, 하루에만 2386건의 대출이 실행됐다. 641억원 규모다. 시중은행 5곳이 1~3일 3일간 취급한 금액의 약 2배다.

대출 심사를 기다리는 이들은 5만명을 훌쩍 넘는다. 기업은행 '간편 보증' 방식으로 6일까지 접수된 건수는 5만7556건, 규모로는 1조4927억원 상당이다. 윤종원 행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들어 지점을 방문하는 소상공인 고객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0배 늘었다"고 밝혔다.

인천 소재 기업은행 한 영업점엔 전날 초저금리 대출과 관련, 100명가량의 고객이 방문했다. 실제 대출이 실행된 고객은 60명 정도다. 은행은 오후 4시에 문을 닫지만 이날은 대기 고객이 많아 5시까지 업무를 봐야 했다. 지난 1일 시중은행 대출상품이 출시된 당일, 시중은행 영업점이 한산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복판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영업점 모습/사진=양성희 기자

서울 중구 소재 기업은행 영엄점 직원은 "고객들이 'OO은행에서 기업은행으로 가라고 해서……'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평소 당행 고객이어서 직접 해드리고 싶지만 신용등급이 맞지 않아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소상공인을 위해 내놓은 금융지원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고객들이 시중은행, 기업은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 분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적으로 소상공인 중 고신용자가 드물어서다.

기업은행은 고객이 몰릴 것에 대비해 대출 업무가 익숙한 직원 368명을 전국 영업점에 추가로 파견하고 '상담 홀짝제'를 시행 중이다. 생년 끝자리가 홀수면 홀수일에, 짝수면 짝수일에 방문 가능하다. 그럼에도 일부 영업점에선 혼잡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12조원 규모의 '초저금리 금융지원 패키지'를 내놓으면서 연 1.5% 수준의 저금리 대출을 시중은행, 기업은행, 소진공에서 받을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했다. 각각 기관에 배정한 규모는 3조5000억원, 5조8000억원, 2조7000억원 상당이다. 신용등급은 각각 1~3등급, 1~6등급, 4등급 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