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사방 일당' 범죄단체조직죄 적용할까…기소 전까지 '법리 검토'

지난달 25일 오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이 검찰에 송치되기 전 종로경찰서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던 중 눈을 감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인 24일 오후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주빈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검찰이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하며 성착취 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에 대한 조사를 일단락했다. 검찰은 조주빈을 재판에 넘기기까지 조사기록 및 법리를 검토할 계획이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성범죄 태스크포스(TF)는 조주빈과 공범들에 대한 조사를 전날로 마무리했다. TF는 조주빈의 구속기한 만료일인 오는 13일 조주빈을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그전까지 '범죄단체조직죄' 등 적용 혐의에 대한 검토를 진행한다. 이날을 포함해 주말동안 조주빈과 공범들을 조사할 계획은 없다. 다만 갑작스레 조사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거나 자료확인이 필요한 경우엔 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TF는 조주빈 일당에 대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을 지 여부를 검토해 왔다. 유죄가 인정되면 범죄단체 조직원 모두를 중대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위해서는 박사방을 조직으로 정의할 수 있는 '통솔체계'가 입증돼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은 최근 조주빈의 공범들을 줄소환해 왔다. 지난 8일에는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 '태평양' 이모(16)군을 소환해 조사했다. 강씨는 지난 6일 A씨의 딸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민 혐의(살인음모죄)로 검찰에 넘겨졌다. 강씨는 고교시절 담임교사였던 A씨를 지속적으로 협박한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으나, 복역 뒤에도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며 A씨를 또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군은 '박사방' 유료회원 출신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운영진으로 합류했다. 그는 지난 2월까지 8000~1만명의 회원이 가입된 '태평양 원정대'라는 텔레그램방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성착취물을 유포한 혐의로 지난달 5일 구속기소됐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날의 경우 TF는 성착취물 제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한모씨(26)와 거제시청 공무원 천모씨(28)를 불러 조사했다. TF는 지난 3일 재판 중인 천씨의 추가혐의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았다. 천씨는 박사방의 유료 회원으로 모집책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미 지난 2월 미성년자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TF는 지난 5일 천씨를 소환해 조주빈과 대질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한씨는 조주빈과 함께 성폭행을 모의하고 직접 성폭행도 한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된 인물이다. TF는 지난 6일 한씨에 대한 추가기소 가능성, 조주빈 등 공범 기소에 따른 병합심리 필요성 검토를 위해 법원에 공판기일 연기 신청을 냈다.

아울러 TF는 지난 6일 조주빈을 조직범죄를 의율하는 강력부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강력부 소속 TF 검사는 조주빈을 상대로 박사방 운영 방침과 운영진 구성, 각자의 역할 등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조주빈은 "모든 공범들을 실제로는 모른다"고 진술하면서 통솔 체계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주빈의 변호를 맡은 김호제 변호사는 지난 3일 취재진과 만나 "텔레그램 내에서 서로 속이고 본명도 드러내지 않는다"며 "(조주빈이) 박사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에게 심부름을 시킨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조주빈은 범죄수익 사용처에 대해서도 "대부분을 배달음식 같은 먹는 것에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등 '박사방' 운영자들과 수익 분배 없이 개인적인 용도로 모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같은 진술이 '범죄단체조직죄'를 회피하기 위한 주장으로보고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