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 재정구멍…전세계 '세금 폭탄' 터진다

미국 뉴욕시. /AFPBBNews=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을 막기 위해 전세계가 막대한 돈을 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는 막대한 재정 구멍으로 이어지고, 결국 세금폭탄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1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영국 경제학자이자 캐피탈 이코노믹스 회장인 로저 부틀은 인터뷰에서 “영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증세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돼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틀 회장은 “경제성장만으로 재정적자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다면, 정부는 증세와 긴축 재정 두가지 중 한가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 각국이 경제 재개를 본격화하면 정치권에선 세금 인상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면서 슈퍼리치들을 대상으로 한 ‘부유세’ 등이 가장 먼저 언급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봤다.

선진국서 ‘부유세’ 목소리 커진다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로 각국이 막대한 부양책을 쏟아부으면서 생긴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세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사진은 로저 부틀 캐피탈 이코노믹스 회장. /AFPBBNews=뉴스1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경제가 3% 역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각국 정부가 경제 보호와 복지 프로그램 향상을 위해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다니엘 마코비츠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미국 소득 상위 5%에 5%의 부유세를 매기면 2조달러(약 2454조원)를 확충할 수 있다”면서 “현재 금리가 낮아 정부는 부채를 지는 것에 유혹을 느낄 테지만, 부채는 결국 현 젊은 세대들에게 무거운 짐만 안겨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회성 부유세 과세를 주장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어츠의 레이 달리오 창업자는 지난주 JP모간 고객들에게 세금 인상에 대비하라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으로 미국의 재정 적자가 심각해졌으며, 결국 오는 11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이를 메우기 위한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어츠의 레이 달리오 창업자도 투자자들에게 증세를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AFPBBNews=뉴스1

래리 핑크 블랙록 대표도 최근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내년 미국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30%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에서도 부유세가 언급되고 있다.

리차드 머피 런던시티대 정치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유세를 매기면 1740억파운드(약 263조원)의 세수가 확충된다면서 일회성 증세 가능성이 크다고 봤고, 닉 오도노반 맨체스터메트로폴리탄대 교수 역시 단발성 세금 인상을 높게 점쳤다.

중동은 이미 증세 시작…신흥국선 논의 돌입

사우디아라비아는 저유가 쇼크 및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올 7월부터 부가가치세를 15%로, 기존보다 3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AFPBBNews=뉴스1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는 7월부터 부가가치세(VAT)를 3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부가세가 기존 5%에서 15%로 올라가고,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생활수당을 중단하는 등 긴축재정에 돌입한다.

사우디의 이러한 조치는 코로나19 여파와 초저유가 여파를 동시에 맞고 있어서다.

IMF는 사우디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3%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사우디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3%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여 GDP대비 부채 한도도 기존 30%에서 50%까지 상향하기로 했한 상황이다.

중동 산유국 맏형인 사우디가 세금 인상을 단행하면서 아랍권에서 연달아 증세에 돌입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신흥국들은 부유세 위주로 증세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9번째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의 마틴 구즈만 경제장관은 지난달말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재산 200만달러가 넘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9번째 디폴트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의 마틴 구즈만 경제장관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부유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AFPBBNews=뉴스1

현지 매체인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는 아르헨티나는 이미 IMF 구제금융 등으로 막대한 채무를 지고 있어 긴축재정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여파로 재정 확충이 어떻게든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남미에선 과테말라 정치권에서 상위 0.1% 부자들에게 세금을 매겨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페루, 브라질 등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놓고 논의 중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또한 코로나19 출구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일회성 부유세 과세 방법을 두고 논의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