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포스코 물류회사 직진에 해수부도 난색

19일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을 놓고 열린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주최 기자회견에서 깅무현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포스코가 물류부문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며 해운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해운업계 지원 부처인 해양수산부도 우려를 나타냈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해운업계 지원책을 내놓은 직후 국내 대형화주인 포스코가 물류자회사 설립으로 찬물을 끼얹으면서 해수부도 난처한 입장이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포스코 측은 최근 해수부를 찾아 자회사 설립취지와 운영방향 등을 설명했다. 이달 8일 이사회에서 물류 자회사 설립을 의결한 데 따른 후속 행보다. 이 자리에서 해수부 관계자는 물류 운임 감소 등 우려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포스코는 각 자회사 별로 흩어져있는 물류기능을 통합,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물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 각 회사의 물류 일감을 받아 해운업체와 연결하는 물류주선회사(포워딩회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기존 계약을 맺고 있던 해운업계에 물류자회사 설립 이후 계약 주체를 바꿔 재계약 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해운업 진출 포석"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포스코는 해운업 진출에 대해선 선을 그었지만 물류자회사 설립은 결국 해운업 진출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한해 물동량 1억6000만톤에 물류비만 3조원에 달하는 포스코의 물류 계약권을 한군데 모으는 만큼 상대적으로 영세한 해운업계의 가격협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새 물류 자회사가 포스코로 향하는 '통행세' 수금역할을 할 것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해수부의 우려도 해운업계와 입장을 같이한다.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강행은 해수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내놓은 1조2500억원대 해운업계 지원대책에도, 중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선화주 상생 강화 정책에도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해수부 관계자는 "물류자회사 설립으로 계약단계가 하나가 늘어나면 덩치가 작은 선사가 지금보다 안 좋은 조건에 계약할 우려가 크다"며 "해수부가 추진하는 선화주 상생협력 강화 정책에도 반대되는 만큼 우려를 전했다"고 말했다.

다만 해수부가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에 직접 관여하기 어려운 점은 한계다. 현행 물류정책기본법은 국토부 장관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해수부 장관 증과 물류기업의 제3자물류 촉진을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과 협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진출은 화주인 포스코가 직접 물류업계와 협상하는 것으로제3자 물류 시장 촉진 정책에 반한다는 해석이지만, 해수부나 정부가 직접 규제나 보완을 요구할 순 없는 한계가 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포스코의 물류회사 설립은 제3차 물류시장을 조성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물류회사를 만든다는 물류정책기본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물류정책기본법이 선언에 그치거나 사문화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