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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만 넘치는 벤처시장...CVC로 '큰손' 물꼬 터야

머니투데이
  • 이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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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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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외발자전거 탄 벤처생태계]창업-투자-성장-회수 선순환 구조 시급

[편집자주]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흔히 ‘외발자전거’에 비유된다. 투자시장에 비해 인수합병(M&A) 등 회수시장이 척박해서다. 회수시장이 여의치 않으니 투자시장이 성장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투자 여력이 큰 대기업들은 규제로 전략적 투자가 막혀 있다. K-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상당수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아예 회사를 처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국내 벤처투자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본다.

마중물만 넘치는 벤처시장...CVC로 '큰손' 물꼬 터야
국내 벤처투자생태계는 기형적인 구조다. 미국 등 선진국은 '창업-투자-성장-회수(M&A, IPO)·재투자'의 기업 성장단계를 거치지만, 국내는 후반부인 자금회수 고리가 정체돼 선순환 구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투자 자체가 움츠려들면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줄어든 7463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투자가 감소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로 투자 회의가 대부분 연기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측은 "1분기 투자 감소폭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예상보다는 적었지만, 2분기 이후 투자시장이 더 악화될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투자시장 위축을 막기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개선작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등 투자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형 투자자들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다. 한 국내 중소형 VC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는 투자금액 100억원~1000억원 이상 쏴줄 수 있는 '리드 투자자'(투자비중 30% 이상의 최우선 투자자)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선순환 막힌 기형적 구조…정체된 '자금 회수'(엑시트) 시장


마중물만 넘치는 벤처시장...CVC로 '큰손' 물꼬 터야

지난해 벤처기업에 신규 투자된 금액은 4조2777억원으로 2001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 4조원대에 진입했다. 투자가 커진 만큼 회수시장이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데, 회수 시장이 커지지 않는 한 투자생태계는 '반쪽짜리' 기형적인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

벤처투자생태계의 후반부인 회수시장은 몇 년째 정체 상태다. 회수 수단이 상장과 구주(세컨더리) 매매에 70% 이상이 편중돼 있어서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인수·합병(M&A)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시장에서 투자금 회수규모는 2조32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M&A는 123억원, 0.5%에 불과했다. 건수는 123건에 그쳤다. 회수 방안의 70% 이상은 상장과 세컨더리(구주) 매매에 쏠렸다.

기업공개(IPO) 상장을 통한 회수는 8522억원(36.7%)이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97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인 53개사(54.6%)는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받은 곳이었다. 장외 매각·상환 규모는 1조297억원(44.3%)이었다. 장외 매각은 기존 주주가 새로운 투자자에게 자신의 보유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되찾아가는 방식이다.

국내 회수시장은 상장과 구주 매매가 70%를 웃돌면서 편중된 구조가 오랜 기간 고착화됐다. 상장과 장외매각·상환을 통한 회수는 2015년에도 7726억원(37.2%), 9565억원(46.0%)으로 비슷한 규모를 나타냈다. 반대로 같은 기간 M&A를 통한 회수는 874억원(4.2%)에서 100억원 남짓, 1%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서울 강남구 나라키움청년창업허브에서 열린 '위기를 기회로, 차세대 글로벌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5.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서울 강남구 나라키움청년창업허브에서 열린 '위기를 기회로, 차세대 글로벌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5.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업가치도 코스닥 상장 수준에 맞춰 책정 공식


수 천억원에서 수 조원을 조달할 대형 투자자가 없기 때문에 결국 자금 회수 방법으로 상장에 목을 멜 수 밖에 없다. 한 국내 대형 VC 팀장은 "코스닥 시장 상황에 맞춤해 기업가치도 3000억~4000억원 수준에 맞춰서 책정하고, 상장으로 자금을 회수되는 게 업계에서는 가장 성곡적인 공식으로 통한다"고 털어놨다.

국내와 달리 미국은 투자자금의 절반 이상이 M&A를 통해 회수된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이 직접 대형투자자로 크고 작은 M&A를 꾸준히 시도한다. 아마존은 미국 도어락 시장의 확장을 대비해 비디오도어락회사인 링(Ring))을 1조원 규모로 인수했고, 구글도 앞서 인공지능(AI) 개발회사 '딥마인드테크놀로지'를 약 6000억원에 사들였더 게 대표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 제품인 파워포인트, 핫메일, 스카이프, 링크드인 등은 모두 M&A로 획득한 결과물이다.

국내 한 액샐러레이터 대표는 "국내 초기 투자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활성화된 게 사실인 반면 투자생태계 다른 한 축인 회수시장은 척박한 실정"이라며 "투자생태계가 자생력을 갖추려면 투자와 회수, 재투자로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정상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금력·사업성 다 갖춘 CVC 필요


국내 벤처생태계에서 대형 투자자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대기업들의 직접적인 벤처투자가 막혀 있어서다. 과거 재벌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필요했던 조치들이 현재 이들의 벤처투자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됐다.

한 국내 대기업 계열 CVC 임원은 "대기업이 직접 벤처투자를 할 수 있는 CVC 허용에는 여러 합의가 필요한 것은 맞다"며 현재 대기업과 벤처·스타트업이 처한 상황을 20여년 전 같이 딱 잘라서 '갑을' 관계로만 따지기보다 새로운 관계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참여가 미미한 상황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은 성장을 위해서 해외 투자에 의존을 하는 상황이다. 기업들 키워서 해외자본에 넘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혁신 성장동력을 찾아야만 하는 대기업들은 국내 규제를 피해서 해외 벤처기업을 M&A하고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지주회사인 SK와 LG는 국내 대신 해외에서 SKTVC,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 CVC를 설립해 스타트업 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올해 하반기부터 CVC 설립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반지주회사의 CVC을 허용하는 등 벤처투자에 대기업 자본이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논의를 거쳐 대기업 자본이 벤처투자 시장에 흘러들어올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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