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삽 못뜬 맥스터, 경주에 짓는데 왜 울산이 발목?

월성원전 2·3·4호기 가동중단을 막기 위해서는 올해 8월 안에는 사용 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증설을 시작해야 한다. 2022년 3월이면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른다. 공사 기간 19개월을 감안하면 8월이 '데드라인'이다.

하지만 맥스터 증설을 위한 공론화 작업은 탈핵시민단체와 반대 주민에 막혀 첫발도 떼지 못한 상태. 최근에는 인근 지역인 울산주민들까지 맥스터 증설 반대 여론을 모으면서 공론화가 더뎌지고 있다.


맥스터 증설논의는 최근 들어 급작스럽게 진행된 게 아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6년 4월 월성원전 내 맥스터 7기 증설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안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했다. 주민 설득과 공사 기간 등을 고려해 일찌감치 증설작업에 들어간 것.

원안위의 증설허가는 한수원의 신청으로부터 3년 반이 지난 올해 1월에야 나왔다. 지난해 2월까지 월성 1~4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등 안전성 설명자료를 제출하고, 7차례 질의응답과 원안위 전문위원회 심사를 거쳤다.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한차례 논의를 미뤄 올해 1월 운영변경허가안을 의결했다.

원안위의 맥스터 증설의결로 남은 절차는 주민의견수렴 등 공론화 절차지만 원안위 의결로부터 5개월인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경주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를 출범했다.


지역실행기구는 코로나19(COVID-19) 확산 등으로 지난달 4일 사전설명회를 시작으로 경주지역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그마저도 시민단체와 주민 반대 벽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공론화엔 한 발짝도 못 나간 상태다.

지난달 28일 경북 경주 서라벌 문화회관에서 열린 주민설명회가 대표적인 예다. 주민설명회는 시작과 동시에 탈핵시민단체 회원들의 난입으로 파행을 겪었다. 이들은 발언권도 없이 단상에 올라 "맥스터 증설반대" 구호를 외쳤고, 지역실행기구는 결국 1시간여 소란 끝에 설명회 종료를 선언했다.

경주에 앞서 23일 전국 14곳에서 일제히 열린 시민참여단체 오리엔테이션 역시 울산지역에선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맥스터 증설 필요성과 안전성 등 설명도 듣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세운 일부 시민단체의 물리력에 공론화가 발목 잡힌 셈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경주 인근 지역인 울산 주민들까지 맥스터 증설반대 여론을 앞세워 공론화를 막아서고 있다. 월성원전 맥스터 추가건설 찬반 울산북구 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이달 7일 주민 5만479명 투표결과 맥스터 증설반대표가 4만7829명 나왔다고 밝혔다. 반대여론이 94.8%, 유권자의 28.82%가 참여한 결과다.

월성 원전 반경 20㎞ 이내에 울산 북구 주민이 21만8000명, 30㎞ 이내에는 102만명이 거주한다는 게 투표를 진행한 이유지만 증설지인 경주지역 의견수렴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근 지역의 찬반을 논하는 건 공론화 발목잡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병주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원전을 계속 가동하든, 탈원전을 하든 사용한 핵연료를 보관할 맥스터 증설은 필요하다"며 "맥스터 증설이 무조건 원전을 계속 가동한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정부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원자력발전을 멈추고 해체하려 해도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할 시설은 필요하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이런 측변에 대해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