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배우자·아이…가정 폭력에 얼룩진 대한민국

한국 가정에서 연간 2만 4000여건의 아동학대, 5000건 이상의 노인학대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사건은 4만여건이 넘는다.

최근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여아 학대 사건이 주목받았지만 현실은 더 심각한 셈이다. 특히 이 통계마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만큼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동·노인 학대, 가정폭력 모두↑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들어온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총 1만6071건으로, 이 중 5243건이 노인학대로 판정됐다. 노인학대 건수는 2016년부터 4000선를 넘더니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5000대를 기록했다.

아동학대도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전년대비 10% 늘어난 2만4604건을 기록했다. 2014년 1만27건에 비해 5년 사이 두 배 넘게 올랐다. 2017년 2만선을 돌파한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세다.

아동·노인·배우자 등을 대상으로 한 가정 내 모든 폭력·학대를 포괄하는 개념의 가정폭력도 마찬가지다. 2015년부터 매년 4만건에 달하는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했으며, 2018년(4만1905건)까지 총 16만6935건이 경찰에 검거됐다.


"약한 처벌에 신고 안 한다"…'피해자 중심' 법 집행 필요많은 것 같지만 이마저도 일부분에 불과하다. 학대 및 폭력 범죄가 가정 내에서 발생하면 외부에 드러나기 힘들어 실상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동학대의 경우 법에 따라 아동을 접할 기회가 많은 교사 등 25개 직군의 '신고의무자'들이 적극적으로 학대 신고에 나서야 한다.

의무 불이행시 최대 500만원의 벌금까지 부과하지만 아동학대 범죄 특성상 신고자를 특정하기 쉽다. 결국 돌아올 불이익·보복 우려에 신고의무자들은 침묵해 그 신고율은 전체의 30% 선으로 저조하다. 결국 아동이 직접 학대 피해를 신고하거나 비전문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동학대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가정폭력 사건에서는 주변 이웃이나 지인이 어렵게 신고해도 경찰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 실제로 2013∼2017년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총 115만9159건에 달했지만 검거율은 약 13%에 불과했다.

피해자가 자녀·가정 유지를 고려하거나 가벼운 처벌로 시작될 가해자의 보복 등을 우려해 개입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검거되더라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사건의 62.6%가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의 '2019년 가정폭력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는 "피해자들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면서 "수사당국은 피해자의 인권보장에 초점을 맞춰 법을 집행하고 피해자 안전을 확보하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주변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 그리고 강력한 처벌이 가정 내 학대와 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박사는 "한국 정서상 신고하기가 어렵고 부담스러운데 결국 가벼운 사안이라도 신고를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도가) 가벼울 경우 처벌보다는 상담을 통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 중대하다면 지금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부과해 양측을 따로 관리해 예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